목양/예화

얼음세포

이창무 2015. 5. 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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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세포는 떨켜와 더불어 나무들의 겨울 나기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늦가을이 되면 나무는 잎으로 가는 수분과 양분을 차단하기 위해 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떨켜를 만들어냅니다. 얼마 후 잎은 시들고, 바람이 불면 미련없이 땅으로 떨어집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방하착放下着이라고 합니다. 내려놓는 것이지요. 그 홀연함에 마음이 이끌렸던지 정현종 선생은 '마른 나뭇잎'이라는 짧은 시를 썼습니다. "마른 나뭇잎을 본다//살아서, 사람이 어떻게/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나무의 구조 조정으로서의 떨켜도 내 마음에 크게 와 닿았지만 '아!' 하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느낀 것은 '얼음 세포' 이야기였습니다. 나무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간극에 다른 세포보다 수천배 큰 얼음 주머니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곳에 얼음물을 품어서 겨울에 다른 세포들이 얼어 죽지 않게 단열과 보온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봄이 되면 얼음세포를 녹여서 가지 끝, 뿌리 끝, 잎사귀 곳곳에 수분을 공급한다네요. 우리가 연둣빛 새순을 보며 '참 좋다'고 말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기석 목사, 청파 감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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