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시

이창무 2019. 3. 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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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심보선

오늘날 피를 제외하고는 따스함이 없다
피를 제외하고는 붉음도 없다
피가 의미 없는 물이라고 말하지 마라

마지막 절규가 터지기 전까지
피는 이 세계의 유일한 장미
장미를 손에서 놓지 마라

예전에 우리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여전히 같은 가사와 같은 선율
노래를 가장 잘 부르던 이들은 다 죽었다
노래를 멈추지 마라

지금까지 손이 나와 동행했다
어두운 골목에서 나를 이끌고
다리 난간에서 나를 버텨주었던 손
나는 손을 신뢰했다
사랑하는 이의 입에 밥을 떠먹였기에
내 몸 중에 가장 자주 피를 흘렸기에

장미를 손에서 놓지 마라
노래를 멈추지 마라
갓 지은 밥에서 피냄새가 나는지 맡아봐라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 하나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태양이 아닌 것
그러나 태양이라고 믿는 것
그쪽을 향해 걸어가라

마음의 번민은 서로 반대인 것들이 뒤섞인 핏물
장미, 노래, 밥, 너의 손, 나의 태양 ......

삶은 피의 무게로 저울질될 것이다
계속해서 걸어가라
번민하며
번민을 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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