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시

메아 쿨파

이창무 2019. 3.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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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 쿨파

 

- 심보선

 

너의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구나

너는 오늘 아침 기도를 올렸구나

 

지하철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조는 척하면서 얼굴에 매달린

새 한마리씩 죽이고 있을 때

 

너는 오늘 밤 기도를 올리려나

침대 머리맡엔 십자가도 없는데

너는 오늘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고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너는 운명이라는 신의 손목 위에서

훌쩍 뛰어내리려나

열두개의 언덕으로 몸을 감싸고

태초의 봄에 펼쳐진 벌판

엄마와 아이 둘뿐인 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너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려나

 

차가운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으면

너의 얼굴은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처럼

한없이 그윽해지려나

 

너의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구나

너는 하루 종일 기도를 올렸구나

 

 

* 메아 쿨파 *

-나의 죄 -

-나는 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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