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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권위

제가 복무했던 부대에 한 명의 대대 군종병과 각 중대별로 한 명씩 네 명의 중대 군종병이 있었습니다. 이 중대 군종병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대대 군종병은 군 교회를 섬기는 일에 전무할 수 있었습니다. 중대 군종병들은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훈련과 작업을 다 하면서 군 교회를 섬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중대 군종병들은 모두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대학 시절 대학생 선교 단체에서 활동했었다는 사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들 나이도 많은 편이었고 각자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나름 제자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새로운 대대 군종병이 선임되었습니다. 그는 한 신학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였고 이제 막..

내 영혼 평안해

많은 분들이 제가 군에 입대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운동 신경이 둔하고 체력도 약한데다가 결정적으로 밥을 늦게 먹기 때문에 굶어 죽지 않을까 걱정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걱정스럽고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 입대 후 가장 힘든 점은 육체적 혹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보다는 의사 결정 권한을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가 저에게 가장 큰 불안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군에서는 자기 결정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논산 훈련소를 가고 싶었지만 306 보충대로 가서 사단 신교대로 가야 했습니다. 환상의 17 사단에 가고 싶었지만, 군기 세기로 악명이 자자한 기갑 부대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자대에 와 보니 날마다 드럼통을 굴리고 휘발유 냄새를 풍기는 유류 보급병으로 제 임무가 정해져 ..

신앙 실용주의

제 두 딸이 지금보다 어릴 때 너무 늦게 잠이 들어서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제게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예진아 예림아 한 가지 말해 줄 게 있는데 밤 10 시가 되면 그 때까지 잠을 안 자는 아이들만을 골라서 찾아 오는 괴물이 있단다. 어제 밤에는 옆 집에 들렸다는 소문도 있어. 그러니 너희들이 그 괴물을 보지 않으려면 지금 빨리 잠을 자야 될 거야." 저의 이 말을 믿은 아이들은 정말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여전히 늦게 잡니다. 그래도 잘 때마다 '괴물이 안 나타나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하여튼 저는 이 방법으로 잠시 효과를 보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제가 아이들에게 한 말은 진..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시인 랭보의 시 중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정말 상처 없는 영혼은 한 사람도 없는 듯 합니다. 저마다 다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 갑니다. 마음의 상처는 고통을 주고 큰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반드시 치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마음의 상처라는 말이 정말 올바른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한 번 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라는 개념이 과연 성경에 근거한 것인지 돌아보면 성경은 의외로 마음의 상처라는 주제에 대해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경은 마음의 상처보다도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반역 곧 죄 문제를 근본적인 문제로 봅니다. 마음의 상처라는 개념은 사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입..

그에게 노래하며 찬양할지어다

다음은 금요기도회에서 전한 말씀입니다. 그에게 노래하며 찬양할지어다- 성경은 찬양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계시하는가? 역대상16:1-36 1. 하나님의 궤를 메고 들어가서 다윗이 그것을 위하여 친 장막 가운데에 두고 번제와 화목제를 하나님께 드리니라2. 다윗이 번제와 화목제 드리기를 마치고 여호와의 이름으로 백성에게 축복하고3. 이스라엘 무리 중 남녀를 막론하고 각 사람에게 떡 한 덩이와 야자열매로 만든 과자와 건포도로 만든 과자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더라4. 또 레위 사람을 세워 여호와의 궤 앞에서 섬기며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칭송하고 감사하며 찬양하게 하였으니5. 아삽은 우두머리요 그 다음은 스가랴와 여이엘과 스미라못과 여히엘과 맛디디아와 엘리압과 브나야와 오벧에돔과 여이엘이라 비파와 수금을 타고 ..

내 삶의 Presentation

다음은 금요 기도회에서 전한 말씀입니다. 내 삶의 Presentation 말씀 : 미가서 6장 6절에서 8절까지 6. 내가 무엇을 가지고 여호와 앞에 나아가며 높으신 하나님께 경배할까 내가 번제물로 일 년 된 송아지를 가지고 그 앞에 나아갈까7. 여호와께서 천천의 숫양이나 만만의 강물 같은 기름을 기뻐하실까 내 허물을 위하여 내 맏아들을, 내 영혼의 죄로 말미암아 내 몸의 열매를 드릴까8.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오늘 말씀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내 삶을 프리젠테이션할 것인가에 관한 말씀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프리젠테이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에서는 프..

설교/미가 2015.05.03

고등학교 시절 윤리 선생님에 대한 추억

고등학교 때 독특한 국민 윤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심하게 키가 작은 남자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던 경력이 있었습니다. 공돌이 생활(공대생이 아니라 진짜 공돌이)을 하다가 이렇게 살아서는 미래가 없다 싶어 다시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와 윤리 교육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전공은 윤리 교육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영어 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마 복수 전공을 했겠죠. 평소에 윤리 과목을 가르치시다가 땜방 영어 선생님으로도 종종 교실에 들어 오셨습니다. 이 선생님의 학생 지도 스타일은 다른 교사들과 좀 달랐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일대일 각개 격파 방식이랄까 그렇게 정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분은 거의 일년 내내 학생과 일대일 상담 중이었습니다. ..

갈렙의 믿음을 축복하신 하나님

갈렙의 믿음을 축복하신 하나님 ▣ 말씀 / 여호수아 14:6-15(민수기 13:1-14:24)▣ 요절 / 여호수아 14:12“그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날에 들으셨거니와 그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혹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필경 여호와의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믿음의 사람들의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한 구절들이 있습니다. 모세에 대해서는 “하나님을 대면하여 아는 사람”(신 34:10) 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윗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갈렙에 대해서는 “하나님을 온전히 좇은 사람”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 갈렙은 늘..

설교/여호수아 2015.05.03

행복 헌장 5 계명

행복 헌장 5 계명 말씀 : 창세기 2:4-25 요절 : 창세기 2:8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 요즘 우리 사회 최대의 이슈는 이제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가 아닐까 합니다. 각 후보들마다 국민의 표를 한 표로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정동영 후보는 행복 배달부로서 행복 바람을 일으킬 것을 약속하며 가족 행복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권영길 후보는 여전히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명박 씨는 국민 성공 시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늘 서로 치고 받는 대선 후보들이지만 그들 모두..

설교/창세기 2015.05.03

거의 읽지 않는 책 : 처세술

저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읽기를 좋아합니다만, 처세술 관련 책들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그 까닭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처세술은 성공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성공을 원합니다. 처세술은 사람들의 이런 기호에 영합하여 성공의 비결에 대해서 설파합니다. 그러나 저는 인생의 목표가 성공에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저는 성공은 사람의 손에 달린 사항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사는 일입니다. 인간답게 살다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뼈 아픈 실패를 겪어 봐야 환상이 깨어지고 비로서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할 수 있으니까요. 둘째, 처세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말할 뿐 할 수 있는 힘을 줄 수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일곱 가지 팁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일곱 가지 팁 1. 피사체를 정중앙에 놓지 마세요.사진에는 구도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피사체를 직사각형 사진 프레임 안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구도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중요한 피사체를 프레임의 정중앙에 놓고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구도의 단점은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식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정중앙에 주제를 놓은 사진보다 좌우 혹은 상하로 구도에 변화를 준 사진을 사람들은 신선하게 느끼고 호기심을 가지고 자세히 관찰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황금 분할의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프레임을 가로로 삼등분하고 세로로 삼등분하면 9개의 셀로 나뉘게 됩니다. 각각 삼등분한 면에 다른 색깔이나 형태의 피사체를 채워 넣으면 균형감을 느끼게 되어 보이게 좋습니다. 또..

기타/사진 2015.05.03

남편의 기도로 아내를 돕는다.

남편의 기도로 아내를 돕는다저자스토미 오마샨 지음출판사생명의말씀사 | 2009-02-15 출간카테고리종교책소개아내에게 어떤점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아내를 위해 기도하라고 조언... [독서 심포지움] 남편의 기도로 아내를 돕는다. 남편의 종류에는 애처가, 공처가, 기처가, 경처가 이렇게 네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애처가는 말 그대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고, 공처가는 아내의 말에 순종하는 남편, 기처가는 아내의 말에 설설 기는 남편, 경처가는 아내의 말 한마디면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남편입니다. 이 중에 어떤 남편이 가장 좋은 남편일까요? 경처가를 선호하는 아내들도 있겠지만 당연히 애처가가 가장 좋은 남편입니다. 만약 내가 애처가라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한 가지 일이 있는데 바로 아내를 위한 기도입..

신학/서평 2015.05.03

잃어버린 자를 찾아

잃어버린 자를 찾아 ■ 말씀 : 누가복음 19:1-10“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얼마 전 경기도 연천의 한 부대에서 김모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하여 8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는 만약 김일병 옆에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 줄 한 사람만,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과연 그래도 그가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저질렀을까요? 오늘 본문의 삭개오는 아무도 함께 하려 하지 않던 심히 부담스러운 존재였습니다. 예수님은 그와 함께 하신 단 한 사람이 되어 주셨고 그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이 예수님 안에서 회복의 역사를 ..

설교/누가복음 2015.05.03

의롭다 하는 기도, 의롭다함을 받는 기도

의롭다 하는 기도, 의롭다함을 받는 기도 말씀 : 누가복음 18장 9절에서 14절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오늘 본문에는 바리새인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가 나옵니다. 기도라는 점에서는 동일했지만 두 사람의 기도는 매우 달랐습니다. 기도라고 해서 다 같은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들으시는 기도가 있고 그렇지 않은 기도가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들으시는 기도는 어떤 기도인가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9절을 보십시오.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 예수님은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 대해서 말씀..

설교/마태복음 2015.05.03

상한 갈대, 꺼져가는 심지

상한 갈대, 꺼져가는 심지 말씀 : 마태복음 12장 9절에서 21절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은 사람 이렇게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들 말합니다. 이 중 첫번째 종류의 사람은 어딜 가나 환영을 받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종류의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들은 정리 해고를 당해 백수 신세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매트릭스를 능가하는 거대한 기계와 같고 한 인간은 그 기계의 부속품 취급을 받습니다. 만약 그 부속품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당장 폐기처분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의 부속품이 아닙니다. 사람은 하나님..

설교/마태복음 2015.05.02

복 있는 사람

2001년 새해에 전한 강해 설교입니다. 복 있는 사람 말씀 / 시편 1:1-6“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21세기의 첫 해가 지났습니다. 드디어 2001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새해를 맞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인사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인사 받기를 참 좋아합니다. 인사하는 사람은 세뱃돈을 받아서 좋아합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무조건 복을 많이 받으라고만 하면 복이 굴러 들어옵니까? 어떻게 복을 많이 받으란 말입니까? 시편 1편은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진정 복있는 사람이며 어떻게 복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올 한해 진정으로 복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비결을 발견..

설교/시편 2015.05.02

한 영어 선생님

고등 학교 때 한 영어 선생님이 있었습니다.그 영어 선생님의 성은 특히하게도 피씨였습니다.피씨라면 '인연'이라는 수필을 쓴 피천득이라는 수필가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그런 성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우리들은 그 분의 본래 이름을 부르는 적은 좀체로 없었습니다.주로 우리는 그분을 '피돼지' 또는 '피바다'라고 불렀습니다.'피돼지'는 그분이 뚱뚱했기 때문이고, '피바다'는 그분이 한 번 몽둥이를 들었다가는 그 반은 곧 피바다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분의 수업 방식은 매우 독특했습니다.그분은 일단 수업 시간에 들어오면 매우 정성스럽게 그리고 멋있는 필치로 오늘 배울 단원의 제목을 썼습니다. 그리고 테이프를 카셋트에 넣고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교탁 옆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것이 ..

가출

제 인생의 최초의 가출은 초등학교 이학년 때였습니다.당시 전 같은 반에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안치전이었습니다. 얼굴이 둥그스럼하고 머리숱이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어느날 방과 후 그 아이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그 아이의 집은 동네 외곽에 있는 버드나무 숲 근처에 있었습니다.전 그의 집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다 허물어져가는 판자집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단칸방에 엄마는 어디가 편찮으신지 방구석에 누워계셨습니다. 평소 밝은 성격의 치전이가 이런 곳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었습니다.전 그집에서 놀다보니 집에 제가 좋아하는 어린이 잡지같은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어린이 잡지를 꼭 사주어야 ..

실수

결혼 전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아내와 동해로 여행갔을 때 일이었습니다.금요일 밤에 청량리 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우리 앞 자리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무척 피곤해 보였습니다.반면 우리는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있게 가고 있었습니다.앞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이런 부탁을 해 왔습니다."저희가 자다가 그만 역을 지나칠지 몰라서 그러는데 OO역이라는 방송을 들으시거든 저희를 좀 깨워주시겠습니까?"저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그들은 안심하고 잠을 자기 시작했고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그런데... 그만 우리도 피곤해지자 스스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한참 지났을까... 꿈결처럼 스피커에서 OO역이오니 내리시라는 차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저는 얼른 일어나 앞사람들을..

대구 사투리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스페인어를 제 2 외국어로 채택한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였습니다.대구 효성여대를 졸업한 미모의 여선생이 스페인어 선생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학생들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습니다.과연 소문은 진실이었습니다. 대구여자가 미인이라는 말이 있더니 아니나 다를까 뚜렷한 이목구비에 날씬한 몸매, 게다가 아줌마 선생님들과 달리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멀리서 본 그분의 모습은 탈렌트 빰치는 것이었습니다.드디어 첫 수업 시간...우리의 기대와 설레임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이 수업을 위해 입을 여는 순간...우리는 확 깨고 말았습니다..그 까닭은 다름아닌 그 아름다운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죽한 대구 사투리 때문이었습니다.투박한 억양도 억양이려니와 입은 ..

부산 사투리

군대 있을 때 부산 사투리와 관련된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부대에 배치 받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수송부에 내려가서 바닥에 누워 차를 고치고 있는 부산 출신 고참의 일을 거들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부산 사람인 줄도 몰랐고 그저 하늘같은 고참이었습니다. 저는 차 옆에서 공구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그런데 차를 고치던 고참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도~" 순간 저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도"라니... 등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뭐가 반응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퍼뜩 떠오른 생각은 '레'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군대라지만 고참이 이런 황당한 걸 요구했을리가 없으리라 여겨졌습니다. 제가 어쩔 줄 ..

빅 피쉬

빅 피쉬란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아버지와 아들이 나옵니다.아버지는 대단한 이야기꾼입니다.그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환상적입니다.반면 그의 아들은 고등 교육을 받은 합리주의자입니다.아들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거짓말 투성이라며 아버지를 부끄러워합니다.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왔고,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왔지만 그들의 관계는 냉랭하기만 합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실존을 풍자하는 우화입니다. 아버지는 풍성한 이야기를 가졌던 전통을 상징하고, 아들은 실증주의와 합리성으로 무장한 현대인을 상징합니다.현대인은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며 무시합니다.그러나 그렇게 함으로 인해 그는 이야기를 잃어 버렸고 그와 함께 풍부한 삶의 의미도 잃어 버렸습니다. 그의 삶은 건조하고 방향이 없습니다.반면 아버지는 풍성한 이..

남자가 여자와 쇼핑을 할 때

남자가 여자와 쇼핑을 함께 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걸프전 당시 미군 공군 조종사들이 폭격을 감행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와 유사한 수준이었다는 타임지의 기사가 있었다.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남자가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남자는 보통 살 물건과 가격, 살 곳을 미리 점 찍어 두고 얼릉 그 물건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그러나 여자는 이곳 저곳 돌아보면서 새로 나온 걸 다 둘러 보고 서로 비교해 보고 바구니에 담는 걸 즐긴다. 심지어 내 아내는 이미 물건을 샀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가게에 가서 그 물건을 또 둘러보곤 한다. 나로썬 심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이런 남녀차에 대해 어떤 학자는 산업 사회 이전에 남자가 주로 사냥을 하고, 여자가 채집을 하던데서 나온 자연..

있는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있는 모습 그대로있는 모습 그대로오시오 하나님은당신이있는 모습 그대로있는 모습 그대로오기를 원하십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음 성가 중 하나이다.가사는 단순하다.그러나 생각할 때마다 은혜롭다.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우리를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보다는 욕구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욕구의 대상이 된다는 말은 상대방에게 바라는 상을 요구한다는 말이다.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와 상대방이 바라는 상이 일치하지 않으면 상대는 종종 화를 내기도 하도 나를 자신이 바라는 상에 일치시키기 위해 유도하기도 한다.이 모든 것이 나를 피곤하게 한다.내가 상대에게 실망하는 것..

성공이란

성공이란 거의 전적으로 행운의 산물이다.과거엔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게으른 자가 실패한다고 믿었다.이 말은 반은 맞다. 게으른 자가 실패하기는 한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노력 정도는 사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말하는 경우를 기억해 보라.그들의 눈물겨운 투쟁은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이다.그러나 결과는 역시 전과 같이 좌절이었다. 그러므로 나의 노력으로 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일종의 오만일 수 있다. 노력해서 안 될 수도 있고,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알면 알수록 정답을 알 수 없는 게 성공이다. 성공한 사람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말은 그 사람이 성공했기 때문에 정당화되는..

군대 있을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것

군대 있을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일순위가 짜장면이었던 걸로 기억난다.두번째가 아마 초코렛이었던 것 같구...초코렛은 그래도 피엑스를 통해서 어쩌다 한번 소통할 기회가 있었지만, 짜장면은 냉동짜장면만 있었지 제대로된 걸 맛볼 수 없었다.휴가만 나가면 짜장면 곱배기를 먹을 꿈을 꾸었었다.그러나 막상 휴가 나와서 짜장면을 시키면 그저 그랬다.짜장면 뿐아니라 군대에서 먹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그저 다 시시해 졌었다.꿈 속의 짜장면... 그 때가 짜장면이 가장 맛있는 순간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 시 다들 아실거다.넘넘넘 유명한 윤동주 님의 시다.제목도 단촐한 서시. 고등학교 때 이 시를 엄청나게 좋아했었다.그런데 그게 사람을 잡는 것이었다.왜냐하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기 때문이다.세상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려면 매순간 얼마나 긴장하며 살아야 하겠는가?좀 하다가 지쳐 나뒹굴어지고 이렇게 하기를 몇 번 하다 보면나는 이렇게 못난 놈인가 하며 가슴만 쥐어뜯게 된다.오늘밤에도 별은 보이지만 바람에 스치울 뿐 내 손에 쥘 수는 없었다.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할려면 거센 세상 풍파에 함부로 몸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무슨 말이고 하니 섣불리 나섰다가 깨치기 보다는 안전한 곳에서 수양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

철학자들의 괴상한 습관

철학자 중에는 괴상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임마누엘 칸트, 그는 자기가 태어난 마을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나갔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가 산책 나온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고 한다. 그는 직접 대구 요리를 만들었는데 말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안 나가는 대신에 사람들을 초대해 자신의 집에서 대구 오찬을 열고 장장 네 시간 동안 식사를 하면서 철학을 논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그는 자살론을 집필하여 동시대 많은 젊은이들을 자살케 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아흔살이 넘도록 장수하였으며 음식에 독이 들어 있을까 염려하여 항상 개에게 먼저 먹여 보았다고 한다. 한 때 헤겔과 한 대학에 있었는데 헤겔의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한데 비해 자신의 ..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침묵하라

이 말씀은 내가 한 말은 아니다. 오스크리아 태생의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한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침묵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이 단순한 한 문장 속에는 사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신이 존재하는가? 내세는 있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21세기에 들어선 오늘에도 이런 질문들은 수없이 반복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 중에 증명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이런 영역이 곧 말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는 침묵함이 마땅하다. 이런 영역에 대해서 아무리 말해봐야 나는 김치찌게보다 된장찌게가 더 좋아라는 말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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