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을 때 부산 사투리와 관련된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부대에 배치 받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수송부에 내려가서 바닥에 누워 차를 고치고 있는 부산 출신 고참의 일을 거들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부산 사람인 줄도 몰랐고 그저 하늘같은 고참이었습니다. 저는 차 옆에서 공구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를 고치던 고참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도~"
순간 저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도"라니... 등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뭐가 반응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퍼뜩 떠오른 생각은
'레'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군대라지만 고참이 이런 황당한 걸 요구했을리가 없으리라 여겨졌습니다. 제가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자 그 고참은 신경질을 내며 다시 말했습니다.
"아! 돌라니까"
바로 그거였구나... 그는 제가 돌기를 원하고 있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 황당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레"보다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고참이 왈...
"이기 미칬나.. 아 그거 좀 돌라니까.. 와 그러고 있노"
정말 미칠 노릇이었죠.. 돌라고 해서 돌고 있는데 막 뭐라고 하니까요.. 전 나중에야 그 부산 사투리로 "줘"가 "도"고 "달라니까"가 "돌라니까"인 줄 깨닫게 되었답니다.
군대 가기 전까지 주위에서 부산 사투리를 접해 보질 못해 봐서... 그리고... 감히 무슨 뜻이냐 물을 용기가 없었던 이등병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