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대구 사투리

이창무 2015. 5. 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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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스페인어를 제 2 외국어로 채택한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였습니다.

대구 효성여대를 졸업한 미모의 여선생이 스페인어 선생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학생들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소문은 진실이었습니다. 대구여자가 미인이라는 말이 있더니 아니나 다를까 뚜렷한 이목구비에 날씬한 몸매, 게다가 아줌마 선생님들과 달리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멀리서 본 그분의 모습은 탈렌트 빰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첫 수업 시간...

우리의 기대와 설레임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이 수업을 위해 입을 여는 순간...

우리는 확 깨고 말았습니다..

그 까닭은 다름아닌 그 아름다운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죽한 대구 사투리 때문이었습니다.

투박한 억양도 억양이려니와 입은 얼마나 거친지... 이건 평소하는 그냥 하는 말이 꼭 욕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 선생님은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우리 학교에 부임하기 전까지 대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토박이였던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거친 사투리, 그 기묘한 공존에서 울려 나왔던 그 느낌은 사춘기 고교생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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