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가출

이창무 2015. 5. 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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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최초의 가출은 초등학교 이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전 같은 반에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안치전이었습니다. 얼굴이 둥그스럼하고 머리숱이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방과 후 그 아이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집은 동네 외곽에 있는 버드나무 숲 근처에 있었습니다.

전 그의 집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 허물어져가는 판자집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단칸방에 엄마는 어디가 편찮으신지 방구석에 누워계셨습니다. 평소 밝은 성격의 치전이가 이런 곳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었습니다.

전 그집에서 놀다보니 집에 제가 좋아하는 어린이 잡지같은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어린이 잡지를 꼭 사주어야 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돈이 없었습니다. 저는 다음날 몰래 어머니 지갑에 손을 대서 거금을 챙겼습니다. 책방으로 달려가 아마 새소년이나 어깨동무 중 하나를 사서 그 친구에게 선물을 해 주었습니다. 치전이는 무척이나 기뻐했고 저도 기뻤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지갑에 손댄걸 알면 평소 어머니 성격으로 볼 때 전 사망 일보 직전으로 갈 것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전 도무지 집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동네 주변을 이리 저리 배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꾸만 무서운 엄마 얼굴이 떠올라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간 곳에 또 가고 왔다 갔다 하기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습니다. 저녁을 못 먹어 배가 고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지쳐 버린 저는 에라 모르겠다 설마 죽기야 하겠나하는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고 하시면 야단을 치시긴 했지만, 지갑 속에 돈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우리 엄마는 모르셨던 걸까요..? 아니면 그 건은 그냥 묻어두셨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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