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실수

이창무 2015. 5. 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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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아내와 동해로 여행갔을 때 일이었습니다.

금요일 밤에 청량리 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우리 앞 자리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무척 피곤해 보였습니다.

반면 우리는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있게 가고 있었습니다.

앞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이런 부탁을 해 왔습니다.

"저희가 자다가 그만 역을 지나칠지 몰라서 그러는데 OO역이라는 방송을 들으시거든 저희를 좀 깨워주시겠습니까?"

저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안심하고 잠을 자기 시작했고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우리도 피곤해지자 스스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한참 지났을까... 꿈결처럼 스피커에서 OO역이오니 내리시라는 차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저는 얼른 일어나 앞사람들을 흔들어 깨우며 다 왔다고 소리쳤습니다. 그들은 부리나케 짐을 챙겨 가까스로 그 역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잠도 달아나고 우리는 다시 알콩달콩 이야기를 하며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였을까...

OO역이오니 내리실 분 준비하라는 방송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허걱... 이럴 수가..

그러면 아까 그 역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거기 내린 그 사람들은.. 그럼...!!!?


순간 당혹감과 죄책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차를 타고 갔겠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였습니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기차 시간표를 훝어 보았습니다.

그 OO역에 가는 기차는 하루에 두 번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새벽이니 버스도 없을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찬바람부는 외딴 역사에 덩그러니 남아 몇 시간 동안 우리를 저주하고 있었겠지요..^^

그 때 그분들께... 지금도 심히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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