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거의 읽지 않는 책 : 처세술

이창무 2015. 5. 3. 07:24
반응형

저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읽기를 좋아합니다만, 처세술 관련 책들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

그 까닭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처세술은 성공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성공을 원합니다. 처세술은 사람들의 이런 기호에 영합하여 성공의 비결에 대해서 설파합니다. 그러나 저는 인생의 목표가 성공에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저는 성공은 사람의 손에 달린 사항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사는 일입니다. 인간답게 살다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뼈 아픈 실패를 겪어 봐야 환상이 깨어지고 비로서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할 수 있으니까요.


둘째, 처세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말할 뿐 할 수 있는 힘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라면을 끊이기 위해서는 라면 봉지 뒷면의 끊이는 법을 알아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라면을 끊일 수 없습니다. 라면을 끊이려면 최소한 냄비도 있어야 하고 물도 있어야 하고 불이 있어야 합니다. 처세술은 냄비도 없고 물도 없고 불도 없는데 라면을 내 놓으라는 격입니다. 인간의 무능한 상태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 고민 앞에 처세술은 무력합니다.  


셋째, 처세술은 늘 비슷한 말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처세술 관련 신간 서적이 나온다한들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처세술은 그 시대의 보편적인 상식 수준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처세술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을 하면 책이 팔리지 않을테니까요.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는 사항을 그럴 듯하게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서술하면 잘 팔리는 처세술 책이 됩니다.


사람의 삶이 처세술 책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 원리를 설명할 수 있을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삶은 근본적으로 신비입니다. 몇 가지 그럴듯한 주장으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처세술 전도사들이 저에게는 그저 장사꾼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군요..

반응형

'묵상 및 나눔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0) 2015.05.03
고등학교 시절 윤리 선생님에 대한 추억  (0) 2015.05.03
한 영어 선생님  (0) 2015.05.02
가출  (0) 2015.05.02
실수  (0) 201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