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고등학교 시절 윤리 선생님에 대한 추억

이창무 2015. 5.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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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독특한 국민 윤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심하게 키가 작은 남자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던 경력이 있었습니다. 공돌이 생활(공대생이 아니라 진짜 공돌이)을 하다가 이렇게 살아서는 미래가 없다 싶어 다시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와 윤리 교육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전공은 윤리 교육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영어 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마 복수 전공을 했겠죠. 평소에 윤리 과목을 가르치시다가 땜방 영어 선생님으로도 종종 교실에 들어 오셨습니다.


이 선생님의 학생 지도 스타일은 다른 교사들과 좀 달랐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일대일 각개 격파 방식이랄까 그렇게 정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분은 거의 일년 내내 학생과 일대일 상담 중이었습니다. 매점 옆 파라솔이 있는데 거기가 고정석이었습니다. 일단 학생을 불러 내고 매점에서 음료수 두 개를 산 뒤 파라솔 의자에 앉아 장시간 대화를 하셨습니다. 학생 지도라고 하면 몽둥이 아니면 얼차려가 전부이던 고교 시절에 참으로 신선한 방식이었습니다. 이 분도 아주 가끔 체벌을 하기도 하셨는데 잘 안하시지만 일단 체벌을 했다하면 거의 초죽음을 만들어 놓으셨죠. 우리가 보기에도 맞을 만한 짓을 한 경우이기 때문에 특별히 반감 같은 것이 생겨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사건은 이 윤리 선생님이 나이 차이가 꽤 나던 어떤 분과 결혼을 하셨습니다. 저도 축하하러 그 결혼식에 갔었는데요. 신부가 약간 뚱뚱하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 5 개월 후 사모님은 첫 아이를 낳으셨습니다. 물론 속도 위반이었죠.


윤리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이 속도 위반이라니... 이래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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