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신앙 실용주의

이창무 2015. 5. 3. 16:40
반응형

제 두 딸이 지금보다 어릴 때 너무 늦게 잠이 들어서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제게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예진아 예림아 한 가지 말해 줄 게 있는데 밤 10 시가 되면 그 때까지 잠을 안 자는 아이들만을 골라서 찾아 오는 괴물이 있단다. 어제 밤에는 옆 집에 들렸다는 소문도 있어. 그러니 너희들이 그 괴물을 보지 않으려면 지금 빨리 잠을 자야 될 거야." 저의 이 말을 믿은 아이들은 정말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여전히 늦게 잡니다.  그래도 잘 때마다 '괴물이 안 나타나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하여튼 저는 이 방법으로 잠시 효과를 보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제가 아이들에게 한 말은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진실을 알게 된 후 저에 신뢰성에 대해 금이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제 방법이 실용적이긴 했지만 거짓에 기초했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없는 방법이었죠.


신앙에 있어서도 실용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에 열심을 낼 수 있다면 뭐든 좋다는 것이죠. 우리는 당연히 회개하고 신앙에 열심을 내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진리에 기초해 있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하면 또 반드시 뒷탈을 일으키고 맙니다. 예를 들어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했던 이 장림 목사의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란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종말이 가까이 왔다고 느끼고 회개하였습니다. 신앙에 있어서 유익해 보이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은 성경에 기초한 듯 보이면서도 성경보다도 미국 세대주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주장을 더욱 강조한 문제점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드러나는 결과에 매료되어 그런 문제점들을 보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런 예는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이단들도 열심히 신앙 생활합니다. 열심히 신앙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열심은 진리에 기초한 열심이어야 합니다. 오버하지 맙시다. 성경이 말하는 만큼 말하고 성경이 침묵하는 곳에서는 침묵해야 합니다. 모자라거나 지나침은 모두 비진리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반응형

'묵상 및 나눔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적 권위  (0) 2015.05.03
내 영혼 평안해  (0) 2015.05.03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0) 2015.05.03
고등학교 시절 윤리 선생님에 대한 추억  (0) 2015.05.03
거의 읽지 않는 책 : 처세술  (0) 201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