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제가 군에 입대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운동 신경이 둔하고 체력도 약한데다가 결정적으로 밥을 늦게 먹기 때문에 굶어 죽지 않을까 걱정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걱정스럽고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 입대 후 가장 힘든 점은 육체적 혹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보다는 의사 결정 권한을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가 저에게 가장 큰 불안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군에서는 자기 결정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논산 훈련소를 가고 싶었지만 306 보충대로 가서 사단 신교대로 가야 했습니다. 환상의 17 사단에 가고 싶었지만, 군기 세기로 악명이 자자한 기갑 부대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자대에 와 보니 날마다 드럼통을 굴리고 휘발유 냄새를 풍기는 유류 보급병으로 제 임무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제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얼굴도 보지 못한 누군가의 임의에 따라 이리 가고 저리 가야만 하는 신세였습니다. 저는 이러다가 운명의 장난에 휩쓸려 다니다가 익사하고 마는 것이 아닌가 몹시도 두렵고 불안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하나님께서 제가 한 가지 믿음을 주셨습니다. 그 믿음은 내 삶은 사람 손에 달려 있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크신 손 바닥 위에 놓여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임의에 의해 모든 일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그 모든 일들에는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가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러자 제 영혼에는 제 스스로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평안이 찾아 왔습니다. 이리로 가든 저리로 가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의 품에 자신을 맡기고 안식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하나님은 저를 위해 베스트 중의 베스트를 예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고 내무반에 들어갔을 때 저는 내무반 책꽃이에 한 가득 꽃혀 있는 일용할 양식 책자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 내무반은 현재 종로 UBF 센터에서 스텝으로 계신 이 동철(스펄젼) 목자님이 계시다가 일주일 전에 전역한 내무반이었습니다. 내무반 고참들은 이 동철 병장의 후임들로서 UBF 목자가 군 생활할 때 어떤 편의를 베풀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훈련이 된 상태였습니다. 고참들은 제가 예배에 가도록 허락함은 물론이요 보초 근무 시간과 예배 시간이 겹칠 때는 알아서 보초 근무 시간을 조절해 주는 친절함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대대장님과 그 사모님은 복음서의 백부장과 같은 믿음의 사람들로서 크리스챤 병사들이 신앙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주일마다 부대 밖에 있는 교회로 나가 주일 학교 교사를 하고 목사님과 성경을 공부하며 성가대원을 하며 온 종일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믿음이 어리고 연약한 저에게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군 생활을 통해 이 한 가지를 깊이 배웠습니다. "너의 삶을 주님께 믿음으로 맡기라 그리하면 주님이 가장 좋은 길로 너를 이끄실 것이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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