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자수성가하여 도시에서 살고 있던 화자 '나'가 다 쓰러져가는 시골집에 살고 있던 어머니를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늙은 어머니는 단칸방에서 큰 며느리와 세 조카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옷궤 때문에 발조차 뻗기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는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지칭합니다. 의도적인 거리 두기입니다. 그는 혼잣소리인양 여러 차례 그 노인과 자기 사이에 갚아야 할 빚은 없다고 말합니다. 남편과 큰 아들을 일찍이 떠나보내고 근근히 삶을 이어가야 했던 어머니는 객지에서 공부하는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미안함 때문에 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며느리는 좁은 방에서 옷궤를 치우는 게 어떠냐는 말해보지만 노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