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실천신학

직장사역탐방 : 일터에 하나님 나라를

이창무 2015. 5. 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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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하나님 나라를



여기에 회사를 경영하는 L 회장님이 있습니다. L 회장님의 하루 일과를 살펴 보겠습니다. 회장님은 하루에 6 시간을 잡니다. 출근과 퇴근에 2시간을 할애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은 대략 4시간 미만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2 시간 정도를 회사에서 보냅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매일 같이 야근을 하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합니다. 회장님은 모 교회의 집사님이기도 합니다. 주일이 되어 예배에 참석해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번 주 설교 역시 지난 주 설교와 적용점이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이 설교에서 다루시는 주제는 늘 같습니다. 주일 성수, 십일조, 새벽기도, 전도, 직분에 대한 헌신 등입니다. 모두 다 교회 생활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정작 자신의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에서 크리스챤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침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회장님은 이번 주 예배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이 드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이 무엇입니까? 첫째로 교회 구성원의 성비의 불균형이 심합니다. 남성 성도에 비해 여성 성도의 수가 월등히 많습니다. 심하면 2 대 8 정도에 이릅니다. 장년 남자들이 교회에 와서 들을만한 말이 별로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둘째로 교회가 일종의 섬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사회 현실 속으로 교회의 사역이 깊숙하게 침투하지 못하고 교회를 위한 교회의 사역이 주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영역 가운데 그리스도가 주인이 아닌 영역은 단 한 부분도 없다.” 본래 개혁주의는 하나님의 주권 사상을 기초로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은 이 세상 가운데 미치지 않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직장 역시도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가 임해야 할 곳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에 적용하고 직장에서는 처세술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직장사역 조가 탐방한 곳은 두 군데입니다. 직장 사역 연구소와 일터 사명 컨퍼런스 2014에 다녀왔습니다. 일터 사명 컨퍼런스는 금요일에 열렸기 때문에 수업 때문에 빠진 분들이 계셔서 좀 아쉬웠습니다.

직장 사역 연구소는 직장 사역 연합이라는 기관 산하에 있습니다. 직장 사역 연합은 직장 사역 연구소, 직장 사역 훈련 센터, CS 네트워크라는 세 개의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장 사역 연구소는 출판, 상담, 강의, 세미나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직장 사역이라는 월간지를 펴내고 있으며, 직장인을 위한 큐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의에 필요한 교재나 동영상 자료들을 편집하고 출간하는 일도 합니다. 직장 사역 훈련 센터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인데 두 가지 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명 아카데미이고, 다른 하나는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는 목회자 훈련학교입니다. CS네트워크는 기업과 사목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CS는 채플린 서비스의 약자입니다. CS 네트워크는 기업으로부터는 사목 요청을 받고 목회자로부터는 사목 가입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요청에 맞는 사목을 선발하여 파견합니다. 직장 사역 연합의 대표는 이랜드의 사목이자 직장 사역의 대부와 같은 분으로 잘 알려진 방선기 목사님입니다. 저희 조가 만난 분은 직장 사역 연구소의 간사이신 원용일 목사님입니다.

직장 사역 프로그램에서 소화하고 있는 내용들은 주로 어떤 것들일까요? 크게 1,2,3 세 단계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룹니다. 1 단계에 해당하는 것들은 직업과 소명, 재물에 대한 가치관, 대인 관계 갈등과 해결 등입니다. 2 단계에 해당하는 것들은 크리스챤 리더십, 직장 전도, 신우회 전략 등입니다. 3 단계에 해당하는 것은 비즈니스 미션, 기독교 기업, 직업 윤리 등입니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매우 실제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직장 사역은 자신이 사역 중인 교회에 적용할 수도 있고, 사역 중인 교회 밖에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사역 중인 교회 안에 적용하는 방법을 살펴 보겠습니다. 사역 중인 교회의 크기가 소형 교회이냐 혹은 중대형 교회이냐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역 중인 교회가 만일 소형 교회라면 직장 사역 학교 학습 자료를 직장 사역 연구소에서 구입하여 이를 학습하고 소화한 내용으로 설교나 수련회, 각종 특강 등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혹은 별도의 직장 사역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직장 사역 학교 학습 자료는 학교별로 3만원 정도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역 중인 교회가 중대형 교회라면 목회자가 직장 사역 훈련 학교를 이수한 후에 위에서처럼 설교나 수련회, 특강에 적용하거나 프로그램을 별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는 직장 사역 훈련 센터의 비전 아카데미를 유치하여 교회 내에서 각각 청소년, 청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사역 중인 교회 밖으로 확대하는 방법은 직장 사역 프로그램 강사가 되거나 사목이 되는 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직장 사역 프로그램 강사가 되려면 목회자 직장 사역 훈련학교를 이수해야 합니다. 등급에 따라 강사로서 수행 범위가 결정됩니다. 자격을 얻으면 비전 아카데미나 직장 사역 훈련 학교의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목이 되려면 CS 네트워크에 지원 후 선발되면 훈련 과정을 거쳐 자격을 회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목을 요청한 회사로 파송됩니다. 회사에 가서는 예배 인도 및 설교, 성경 공부 인도, 기도회 인도 등의 교회 내 사역과 유사한 사역을 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직장인을 위한 상담과 중보 기도 사역을 할 수 있습니다.

신대원 안에서도 직장 사역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신대원에서 정규 과목으로 직장 사역 강의를 신설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직장 사역 동아리를 운영하는 방법입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직장 사역 연합 쪽에 연락을 취하면 적절한 강사를 추천하여 보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 총신이나 장신 등의 주요 신학대학원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직장 사역 훈련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아리 운영 시에 어려운 점이 강사에게 적지 않은 강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개 동아리는 후원을 받아서 이를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학기 우리 백석 신대원에서도 동아리 활동을 하려고 추진했으나 여의치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일터 사명 컨퍼런스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열리는 컨퍼런스였습니다. 온누리 교회 양재 캠퍼스에서 11월 7일, 8일 양일 간 있었는데 저희 조는 7일 하루 동안 등록비 2만원을 각자 다 내고 참석했습니다. 우리 개강수련회에 오신 적이 있던 김형국 목사님께서 일터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또 선한 목자 교회 유기성 목사님께서 일터 사명이 지나친 자기 열심에 빠질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주셨습니다. 또한 이 컨퍼런스를 통해 일터 사명의 다양한 모델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교세라 회장인 전희인 장로님을 통해서는 기독교 기업의 모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다 함께 예배하고 아침마다 큐티를 하고 서로를 돌보는 신앙 공동체를 이룬 회사였습니다. CS네트워크 이창훈 대표님은 사목 모델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목은 당장 눈 앞의 열매를 기대하기 보다는 오래 기다리며 인내로 열매 맺는 사역이라는 경험담을 들려 주셨습니다. 다운공동체 교회 박종국 목사님은 울산 지역 현대 계열사 직원들을 목양의 주대상으로 삼은 지역 교회 모델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박정관 목사님께서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 시간에는 전 리비아 대사였던 조대식 대사님이 나오셔서 기꺼이 고난을 먼저 지는 삶을 통해 어떻게 리더로서 대사관 직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셨는지를 간증하셨습니다. 또한 백종만 YPP 회장님은 치열한 사업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배반한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고 회복시켰는가를 말씀해 주심으로 청중 모두를 감동시키셨습니다. 두 분 모두 복음의 가치,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생생한 일터 현장 속에서 구현하신 좋은 본이 되었습니다.

일터 사명과 관련하여 목회자와 성도들의 역할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일터에 나간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의 최전선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특공 대원이라면 목회자는 그런 특공 대원들을 섬기고 양육하는 숙달된 조교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목회자가 조교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직장인들과 대화하고 장로들과 동역하고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목회자가 성도들을 하나님 나라의 군사들로 잘 길러냈을 때 성도들은 일터 현장 속에서 용서를 베풀고 정의를 구현하고 긍휼을 실천하며 하나님 나라를 펼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학기 직장 사역 목회 실습을 통해 새로운 사역 모델에 눈을 뜨게 하시고 문제 의식을 갖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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