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부족한 기도라 할지라도

이창무 2017. 12. 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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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예화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시골에 가뭄이 들어 많은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비를 주시도록 특별 기도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도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정말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잠시 후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졌습니다. 어른들은 기뻐하면서도 이제 어떻게 집에 가냐고 걱정을 했습니다. 이때 작은 꼬마 아이 하나가 혼자서 우산을 펴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저씨들은 왜 비를 주시도록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우산을 준비해 오지 않으셨어요?" 모든 어른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시골의 어른들은 열심히 기도하면서도 정말 하나님께서 기도한 대로 이루실 줄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온전한 믿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자란 믿음, 부끄러운 믿음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부족한 믿음으로 기도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기도를 하나도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시고 들으시고 응답해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사도행전 12장에 보면 헤롯이 사도 야고보를 죽이고 이어서 베드로를 옥에 가둡니다. 곧 명절만 끝나면 베드로의 목이 날아갈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예루살렘 교회는 옥에 갇힌 베드로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기도에 응답하셔서 베드로를 기적적으로 감옥에서 나오게 하셨습니다. 탈옥한 베드로는 마가 요한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집으로 갔습니다. 거기에 여러 사람이 모여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목소리를 높여 기도하는지 기도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렸습니다. "주님! 우리 베드로 사도님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감옥에서 나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베드로는 자신이 깊은 감옥에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교회의 합심 기도 덕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어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싶어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로데'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가 문을 열어주러 나왔습니다. '누구세요'라고 묻자 '나야 나'라고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로데는 베드로의 목소리임을 직감했습니다. 너무 기뻐 깡충깡충 뛰며 기도 응답을 벌써 받았다는 사실을 빨리 알리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문 열어 주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님이 지금 대문 밖에 와 계세요." 그러나 사람들은 로데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네가 미쳤구나. 사도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만 헛것을 본거야. 애야 어른들을 놀리면 못 쓴단다." 이 상황에서 제일 황당한 사람은 베드로였습니다.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교회 문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슬슬 화가 나려고 했습니다. "쾅쾅쾅" 계속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진짜 베드로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성도들은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면서도 정말 그 기도가 이렇게 빨리 응답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루살렘 교회의 믿음도 온전한 믿음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부족한 기도라도 다 받으시고 당사자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실시간으로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기도하면서 제가 정말 믿음이 있어서 기도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믿음이 부족한 기도를 하나님이 과연 들어주실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믿음이 크던지 작던지 어떤 모양으로든지 기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가 아무 말도 못하게 되면 다른 사람과 제대로 관계성을 맺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기도에 있어서 자기 반성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자기 검열은 기도 생활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부족한 믿음으로 드린 기도라도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다는 사실은 정말 신비로운 일이고 또한 큰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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