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창세기

왜 가을은 깊어만 가는가?

이창무 2015. 5. 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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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을은 깊어만 가는가?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창세기 8:22)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합니다. 서울 지역 최저 기온은 2도 이고 바람도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불과 몇 주 전에만 해도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하나같이 두터운 겨울옷을 껴입은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리신 분들도 꽤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일에 보니 한 목자님은 목감기에 걸려서 거의 말을 못하시는 지경이었습니다. 이미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우리가 제자 수양회에 가는 이번 주말이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수양관 주변에 산과 숲이 있는데 제대로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동시에 단풍 구경 나온 행락객들 때문에 수양관을 오가는 길이 많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려서 별로 덥지 않았던 반면에 가을 같지 않게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이상 고온 현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랬더라도 날씨가 이렇게 쌀쌀해 진 것을 보니 가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말씀은 노아가 홍수 심판 후에 방주에서 나와 하나님께 첫 제사를 드린 후에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주신 약속의 말씀입니다. 노아가 40일만에 방주에서 나와서 본 세상의 모습이 어땠을까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홍수에 휩쓸려 인류가 쌓아 온 문명이 하루 아침에 다 무너진 모습에, 길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없었고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조차 전혀 들리지 않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도 처참한 일이 일어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였습니다. 비록 노아가 당대에 하나님 앞에 의인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자신이 하나님의 진노를 살 수 밖에 없는 죄를 범하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그도 부패한 본성을 지닌 인간인데 어떻게 자신할 수 있었겠습니까? 설령 자신은 바르게 산다하더라도 자식이나 손주들이 심판을 받아 멸망받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노아의 불안한 마음을 잘 아시고 그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이 약속의 말씀을 듣고서 노아가 얼마나 안심이 되었을까요? 마음 속에 휘몰아치던 공포와 불안이 다 사라지고 평안이 임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이 약속의 말씀을 하신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첫째로, 하나님은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섭리라는 말을 다음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계절의 순환은 이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을 대표하는 섭리입니다. 농작물을 심는 봄이 오고 그리고 수확물을 거두는 가을이 옵니다. 살을 에는 추위가 지나가면 온 세상이 찜질방로 변하는 무더위가 찾아 옵니다. 세찬 비가 내리는 여름이 왔다가 어느새 눈 내리는 겨울이 옵니다. 우리는 이런 순환이 마치 세상 속에 있는 스스로의 힘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자연이라는 한자어를 풀어 보면 스스로 자 그럴 연 즉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마치 건전지를 넣어 둔 시계처럼 자연은 스스로의 작동 원리에 의해 이렇게 계절의 순환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절의 순환 더 나아가서 모든 자연계의 질서와 순환은 이 세상을 그렇게 다스리시고 유지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에 기초해 있다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을이 저절로 오는 줄 아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을아! 와라’ 하시니까 가을이 오는 것입니다. 단풍이 저절로 드는 줄 아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무들아! 옷을 갈아 입어라’ 하시니까 단풍이 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참새 한 마리도 그냥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만들어 놓으시고 알아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지극히 작은 일 하나 하나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는 일상적인 일들까지 모두 다 지배하고 다스리시는 섭리의 하나님이십니다.


둘째로 하나님은 자비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만물을 질서 정연하게 순환하도록 섭리하실까요? 이는 우리를 위해서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세상이 되도록 하셔서 우리가 극도의 불안이나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두셨습니다. 만약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지 않고, 어떤 해는 가을, 봄, 여름, 겨울, 어떤 해는 겨울, 여름, 겨울, 가을 이런 식으로 중구난방 뒤죽박죽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봄이 매년 오기 피곤하다고 해서, 안 와 버리면 그해 농사는 어떻게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온 인류는 극심한 식량난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만물을 붙잡으셔서 질서 있게 순환하게 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큰 은혜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던 안 믿는 사람이든 하나님께 감사를 표시하든 표시하지 않든 하나님의 이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두루 두루 펼쳐 지고 있습니다. 이 하나님은 얼마나 인자하고도 자비로운 분이십니까?   


가을은 봄, 여름을 통해 익은 곡식과 과실을 거두어 들이는 풍요의 계절입니다. 마트에 가면 잘 익은 포도와 사과가 풍성합니다. 햅쌀로 밥을 지으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반찬이 없어도 밥맛으로도 맛있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울긋 불긋 불타는 가을 숲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제 사진기가 가방 속에서 나를 꺼내 저 단풍을 찍게 해 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른, 푸르다 못해 검은 빛마저 감도는 가을 하늘을 쳐다 보십시오. 가슴이 뻥 뚤리지 않습니까? 가을에게 명령하시어 우리에게 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것이 자유롭고 Free한 후리 수양관에서 열리는 이번 제자 수양회를 통해 가을의 깊이를 만끽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와 자비하심을 깊이 묵상하는 제자수양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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