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마케팅 교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창무 2015. 5. 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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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크릭 교회는 빌 하이벨스 목사님이 시무하셨던 교회로, 그리고 새들백 교회는 릭 워렌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로 모두 유명한 교회들입니다. 이 교회들이 유명해진 이유는 그 교회의 크기 때문입니다. 이 두 교회는 매주 출석 교인이 2만명이 넘는 대형 교회입니다. 대형 교회가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 교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교회를 성장시키기 원하는 목회자들은 이 두 교회가 어떻게 이런 큰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 비결을 배워서 그대로 따라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온누리 교회가 윌로우 크릭 교회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고, 사랑의 교회가 새들백 교회를 모방해서 역시 대형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그럼 이 두 교회가 성장할 수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그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비결은 경영학에서 마케팅 이론을 그대로 들여와서 교회에 접목한 데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필요(Needs)를 파악해서 이를 충족시켜 주어라' 입니다. 그래서 이 두 교회는 모두 자신들이 개척하려는 지역 주변에 불신자들 즉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윌로우크릭 교회가 던진 질문은 '당신이 교회 오기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였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했습니다.


- 교회는 돈만 밝힌다. 그 돈이 성도의 유익을 위해 쓰여 지는 것 같지도 않다.

- 예배는 언제나 지루하고 늘어져있다

- 예배는 언제나 똑같다.

- 설교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 목사는 성도를 죄인으로 만든다. 그래서 교회에 가면 죄진 사람의 기분이다.


빌 하이벨스는 이 결과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구도자 중심 예배를 만들었습니다.


- 헌금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여 헌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 예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예화나 유머 각종 이벤트 중심으로 이끌어 간다.

- 예배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 현대 음악과 드라마를 이용하기도 하며 연극을 이용하여 감성적 예배로 이끌어 간다.

- 설교나 전도에서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 드러난 죄악을 배제하고 행복, 건강, 긍정적 자아, 아이들 교육, 내면의 치료, 사랑 등에 대한 행복의 메시지로 대체한다.

- 고객에게 죄인이라는 말 대신에 구도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예수님의 대속의 죽음 대신 친구 같은 , 후원자 같은,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수호신 같은 하나님만을 말한다.


이와 같은 구도자 중심의 예배 , 다른 말로 하면 아직 거듭나지 않은 불신자 중심의 예배로 예배를 바꾼 결과 2만명이 넘는 큰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릭 워렌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는 윌로우 크릭 교회를 따라 가되 교회에 종교색이 드러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교회 건물과 교회에 올 때 옷차림도 바꾸었습니다. 교회 건물을 현대인이 많이 가는 쇼핑몰, 극장, 체육관 같은 스타일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예배 드릴 때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과 같인 편안한 복장으로 예배드리도록 했습니다. 회중 뿐 아니라 릭 워렌 자신도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말씀을 증거하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목적이 이끄는 40일'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큰 호응을 얻고 역시 2만명이 넘는 큰 교회로 성장시켰습니다.


흔히들 이 두 교회를 가리켜 마케팅 이론을 교회 성장에 접목시켜다고 해서 마케팅 교회라고 부릅니다. 마케팅 교회의 표어는 “필요를 찾아서 채워주어라” “상처를 찾아서 치료해 주어라”입니다. 그래서 마케팅 교회의 말씀은 상처의 치유, 긍정적 자아상, 관계의 회복 등과 같은 주제가 자주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면 이 마케팅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긍정과 부정의 시각 두 가지 눈을 모두 가지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먼저 긍정의 시각으로 보면 첫째는 전도의 열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윌로우크릭 교회는 불신자들을 교회로 초청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어찌하든 한 영혼이라도 주님께 인도하고자 열심히 연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였습니다. 둘째는 불신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특히 불신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건강한 문화이든 병든 문화이든 관계 없이 일단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점은 배울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와야 한다는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예배와 말씀을 불신자들의 기호와 선호도에 맞추어 버리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단처럼 잘못된 가르침, 거짓된 가르침을 설교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싫어할만한 요소를 배제한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기독교 만을 전했습니다. 죄와 하나님의진노와 회개와 율법의 엄위함과 지옥과 거룩이 빠져 버렸습니다. 예배는 쇼가 되고 부담 없이 즐길만한 이벤트로 전락하였습니다.


2007년 윌로우크릭 교회가 자신들의 사역을 자체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내었는데 거기서 그들은 '우리가 실수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신자들을 양육하는데 실패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운영해 왔는데 거룩의 열매가 맺힐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불신자들에 대한 영혼 구원의 열정을 가지고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데 가운데 복음으로 초청하는 일에 더욱 열심을 내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모임이 바른 진리를 선포하고 바르게 예배하고 바른 삶을 살아가는 거룩한 공동체, 하나님의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소홀히 여기면 크기만 클 뿐 세상과 다르지 않은 사람 중심의 모임이 되기 쉽고, 반대로 소수가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 폐쇄적이고 은둔적인 모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빌 하이벨스의 멘토 같은 사람이 피터 드러커라고 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저는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나 '아무도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하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창의적이고 부지런하고 담백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빌 하이벨스 목사님이 피터 드러커 같은 오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세속적인 경영학자를 멘토로 둘 것이 아니라 칼빈이나 조지 휫필드,찰스 스펄젼 같은 하나님 중심적인 분들을 멘토로 삼아 사역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분들도 많이 계신 줄 알기 때문에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은 그닥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과거 인사팀 출신이라 그런지 인재개발이나 리더쉽 관련 세미나, 책들에서 나온 이야기가 이 책에도 거의 흡사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았고 철저히 성경 중심적이라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크면 효과가 좋은 것이고 곧 진리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예수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하시면서 그 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큰 모임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의 진리를 있는 그대로 듣고 전하고 그에 따라 사는 일만큼 중요하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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