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기타/시68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시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 · 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2020. 4. 27. 끝 너머 끝 너머 조성기 (소설가, 교수) 사람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하나님은 끝을 끝내게 하시고, 실패를 실패케 하시고, 절망을 절망케 하시고, 사망을 사망케 하신 후 비로소 시작을 하십니다. 끝 너머에 시작이 있음을 바라보는 것이 새 출발입니다. 절망 너머에 소망이 있음을 바라보는 것이 희망입니다. 고통 너머에 환희가 있음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입니다. 죽음 너머에 부활의 생명이 있음을 바라보는 것이 신앙입니다. 사람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큰 실패와 어려움을 겪게 될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하나님은 시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끝났다 싶을 때 절망해 버립니다. 하.. 2020. 3. 16.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사회주의자들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들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르틴 뉘밀러 목사, 2020. 3. 13. 엄마가 많이 아파요 엄마가 많이 아파요 015B, 윤종신 엄마가 많이 아파요 그렇게 예민하신 데 우리를 보고 웃네요 이모가 오니 우네요 내가 아주 어렸을 땐 엄마랑 결혼 한댔죠 근데 엄마가 아픈데 아무것 해줄 수 없죠 엄마도 꿈이 많았죠 한 땐 예쁘고 젊었죠 우리가 뺏어 버렸죠 엄만 후회가 없대요 엄마는 아직 몰라요 시간이 이제 없단 걸 말해줄 수가 없어서 우린 거짓 희망만 주네요 언젠간 잘해 줘야지 그렇게 미뤄만 두다가 이렇게 헤어질 시간이 빨리 올 줄 몰랐죠 엄마 이제 나는 나는 어쩌죠 하루하루 빠르게 나빠져 가는 모습 나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차라리 잠을 주무시다가 편히 가시기만 바라죠 엄마가 좋아한 분당에서 다시 살게 해주고 싶었어 엄마가 고쳐달라 부탁한 카메라도 고쳐줄께 하느님 불쌍한 우리 엄마 한번만 살려주.. 2019. 7. 1. 비상 비상 - 채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모습 나조차 불안해보여.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상처 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고독이 꼭 나쁜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거야. 그토록 오랫.. 2019. 6. 22. 방문객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2019. 6. 21. 이전 1 2 3 4 5 6 ··· 1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