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평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을 읽고

이창무 2018. 10. 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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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의 심리학'을 읽고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은 미국에서 임상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샌디 호치키스가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심리 교양서입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Why is it always about you : saving yourself from the narcissists in'입니다. 원서의 제목을 보면 이 책의 목표가 나르시시스트들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조언을 주는 것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론만을 제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들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저와 같이 상담학에 무지한 사람에게도 내용이 쉽게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나르시시즘의 일곱 가지 죄악에서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의 특징적인 사고와 행동 패턴을 일곱 가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마법적 사고, 터지기 쉬운 자아를 보호하는 오만함, 경멸 뒤에 감춘 시기심, 가면 뒤의 수치심, 제멋대로 자격 부여하기, 타인에 대한 끝없는 착취, 경계를 침범하는 이기심입니다. 죽 나열해 놓고 되면 무슨 괴물 같은 사람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막상 책 속에서 드는 사례들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이었습니다. 각각을 두고서 제 인생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던 인물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꼽는 첫 직장에서의 상사와 여러 면에서 흡사했습니다. 그분은 특히 경멸, 착취, 이기심이 두드러졌던 분이었습니다. 또 교회에서 상당히 영향력 있는 한 분이 생각 났습니다. 그분은 오만, 제멋대로 자격 부여하기가 두드러진 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군대에서, 친척 중에서, 학교에서 만났던 여러 사람을 떠올리며 이분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 나르시시즘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나르시시즘의 탄생입니다. 여기서는 한 사람이 어떻게 나르시시스트로 자라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 아이는 누구나 다 나르시시즘에 빠질 수밖에 없으나 성장과 함께 나와 너를 분리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자기를 중심으로 흡수하려는 나르시시스트가 되고 맙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역시 나르시시스트인 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로 나르시시스트들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관해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전략은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전략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전략은 타인과 나 사이에 경계를 정하고 이 경계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입니다. 네 번째 전략은 서로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관계까지 점진적으로 전략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자치 나르시시스트에 휘둘리고 이용당하고 자아가 흡수당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로 나르시시스트인 연인, 상사, 자녀, 부모를 두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나르시시스트와 사랑에 빠졌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더는 만나지 마라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의 요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가 지배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나르시시스트를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직장 생활을 하라고 합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청소년기 자녀가 있다면 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라고 합니다. 청소년기는 유아기 때와 비슷하게 다시 한 번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또한 중요합니다. 나르시시스트인 부모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고약해 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 감정적으로 싸우지 말고 단호함으로 대하라고 저자는 권면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나르시시스트를 키우지 않는 바람직한 부모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마치 한국의 전형적인 부모들을 보고서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가 나르시시스트를 키우고 있구나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 위해 귀담아들어야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한 편에서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자가 이 책의 독자로 염두로 둔 나르시시스트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어린 양이라기보다는 저자가 비판해 마지않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우리 주변의 나르시시스트의 악질적인 특징을 줄줄이 열거하고 그들로부터 살아남는 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안이라는 것이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르시시스트들은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상종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라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는 이런 나쁜 나르시시트가 있나 하면서 분노하다가 다음에는 이 모습은 실은 내 안에 있는 모습이 아니냐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저는 저 자신이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자신이 황제인 양 부하 직원들을 종 부르듯 하는 상사들, 주변 사람들 모두 자기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몰상식한 사람들,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자기 것인양 행동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들 때문에 내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그들에게서 탈출할 방법을 찾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 라는 생각이 들 때는 다른 사람의 문제뿐만 아니라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줄 때였습니다.


제가 어떤 점에서 나르시시슽적인 면이 있는가 설명하자면 저는 스스로 내가 무언가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나르시시즘의 일곱 가지 죄악 중에 첫번째 죄악입니다.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저는 어느 정도 이런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말씀을 더 잘 전하고 성경도 잘 가르치는 뛰어나고 능력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적절한 힘이 주어진다면 우리 교회를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대단한 교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이런 저의 감정을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책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들은 내면의 공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고 합니다. 그 환상이 조금이라도 무너지게 되면 수치심이 폭발하면서 분노를 쏟아낸다고 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저자의 분석은 저의 허약한 자존심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오만하고 우월한 태도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 사람들을 깍아내리고 험담하면서 그 뒤에 시기심을 감추어 놓는 것, 내 느낌이나 욕구를 앞세우는 이기심도 저에게 해당되는 말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책에서 언급하는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을 여럿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감정적인 어머니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육체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 때문에 가 아니라 나 때문에 그동안 힘들었을 주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나의 무례함과 가시돋힌 말들로 상처 받았을 사람, 아파했을 사람들이 어디 한 둘 이었겠습니까? 한 편으로 미안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를 감당해 주고 받아준 사람들에게 대한 감사함이 밀려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나를 지금까지 잘라버리지 않으시고 품어주시고 용서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했습니다. 주님의 은헤와 사람들의 섬김과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 저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자가 간략하게나마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나르시시즘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놀랄 것 없다라고 이야기해 주어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자신에 대해, 자기의 불완전함에 대해 웃어 넘길 수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나르시시즘이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감정을 온전하게 느끼고 타인의 삶을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자질이며, 진실과 환상을 분리하되 여전히 꿈을 간직할 수 있는 지혜이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기 의심 없이 올곧게 성취를 추구하고 즐길 있는 능력이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진정한 자존감에 달려있다.' 제게 나르시시즘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 자체가 나르시시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의 문의 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말씀 한 구절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죄로 병든 내면을 가진 저이기에 영적 의사이신 예수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주님께서 자기 중심성으로 병든 이 죄인의 내면을 치유해 주시고 회복시켜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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