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과 구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이 창무(안암1부)
로마의 지중해 지역 통일로 인한 정치적 안정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는 말을 들어 보셨죠? 번역하면 로마의 평화라는 뜻입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 이후 더 이상 로마에 위협될만한 세력이 사라진 주후 1세기와 2세기까지 로마 제국의 통치 기간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사도행전이 기록될 당시 지중해 주변은 모두 다 로마 제국의 영토였습니다. 이 당시 로마인들은 지중해를 가리켜 '우리의 바다(Mare Nostrum)'이라고 불렀습니다. 지중해의 한 작은 도시 국가였던 로마가 어느새 주변을 모두 정복해 버리는 바람에 지중해가 제국의 내해(內海)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성기 로마 제국의 영토는 동쪽으로 페르시아(현재 이란)까지, 남쪽으로는 이집트와 북아프리카 전 지역을 서쪽으로는 히스파니아(현재 스페인), 북쪽으로는 갈리아(프랑스와 독일)까지 광범위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당시 로마 사람들과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있었습니다. 로마는 일찌감치 그리스를 정복하고 속국으로 지배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피지배 민족이었지만, 미술, 음악, 문학, 철학의 영역에 있어서는 그리스 문화가 로마 문화를 압도했습니다. 로마는 거대 건축물과 법제도에 있어서는 그리스를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외의 분야에 있어서는 그리스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었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탁월함을 보이던 영역 중에 로마의 법률 제도를 먼저 보겠습니다. 로마법 하면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은 주후 529년부터 534년 사이에 비잔틴 제국에서 편찬된 법전입니다. 이 법전이 후에 유럽 근대법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로마법의 중요한 내용은 중 하나는 로마 시민권자의 권리 보호였습니다. 로마 시민권자에게는 태형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로마 시민권자는 황제에게 직접 상소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 시민권자였습니다. 바울은 로마 시민의 권리를 복음 역사를 위해 적절히 활용을 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바울은 황제에게 직접 항소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그 덕에 바울은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제국의 심장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로마의 토목 건축 기술입니다. 로마인들은 콜로세움과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습니다. 높은 곳에 있는 수원지로부터 시작해서 미세한 경사를 통해 상수도가 각 가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엄청난 길이의 로마의 수로도 만들었습니다. 또한 로마 제국은 도로망 확충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 목적은 세금으로 거둔 각 지역의 특산물을 빠르게 로마로 운송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길이 만들어졌으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까지 생겨났겠습니까?
로마는 도로만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웬만한 도로는 강도와 약탈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로마 제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로 위에 군인들로 하여금 일정 간격으로 보초를 세우도록 했습니다. 이 덕분에 여행객들은 안전하게 통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한 사람이 사도 바울이었습니다. 바울은 이 도로망 위에 있는 각 지역의 거점 도시들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거점 도시의 교회로 하여금 인근 지역을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대표적인 거점 도시의 교회가 에베소 교회였습니다. 골로새, 라오디게아, 히에라볼리 교회가 에베소 교회을 거점으로 해서 세워진 교회들입니다. 이런 선교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거점 도시들 간, 그리고 인근 도시들 간 잘 포장된 도로가 건설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도로망이 갖추어 있지 않았다면 사도 바울이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선교 여행을 다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길을 로마 군인이 보호해 주고 있으니, 바울의 선교팀은 안전을 염려하지 않고 곳곳으로 복음을 실어 나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신약 시대 지중해 연안 지역의 정세가 매우 혼란스러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크고 작은 전쟁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날에도 전쟁이 벌어지면 부득이하게 선교사들이 철수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과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복음 전파에 상당한 지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라는 강자가 질서와 안정을 유지한 덕분에 초대 교회는 거침없이 선교 역사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로마 제국이 법과 토목 기술이 뛰어난 덕분에 복음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과연 이런 일이 행운이라거나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로마 제국의 위정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한 일들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이 일까지 쓰셔서 생명 구원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선교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도 평화와 안정이 필요합니다. 소요와 혼란이 거듭 되는 곳에서는 예배와 양육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평화를 위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위정자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통치를 잘 할 수 있도록 중보 기도가 필요합니다. 디모데전서 2장 1절과 2절 말씀에 이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할 생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나아가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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