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열매 맺는 나무로 키우시는 주의 이슬 같은 은혜

이창무 2017. 12. 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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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에 인터넷 게시판 아이디로 '사랑나무', '뿌리깊은나무' 등 무슨 무슨 나무라고 쓰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를 볼때 사람들은 나무와 같은 인생 살기를 사모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는 자라서 탐스러운 열매를 제공합니다. 가을의 사과와 배, 그리고 겨울의 귤 모두 다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들입니다. 봄에 피는 진달래와 철쭉을 보면 마음이 설렙니다. 또한 그 꽃에서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향기가 납니다. 라일락 향기, 복사꽃 향기를 맡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 여름철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제공해 줍니다. 깊이 내린 뿌리 덕분에 홍수나 산사태를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에는 나무가 있어야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트리 없는 크리스마스 섭섭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나무가 울창한 숲은 우리가 숨쉴 수 있는 산소를 내뿜는 지구의 허파 같은 존재입니다. 심지어 베임을 당한 후에도 가구와 악기들을 만들 수 있는 질 좋은 목재를 제공합니다. 어디를 가나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사람, 인격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는 사람, 힘든 사람들이 와서 위로 받을 수 있는 나무 그늘 같은 사람, 이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복 받은 인생일까요?


그러면 어떤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면 이런 복 있는 인생이 될 수 있을까요? 최고의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소나기 같은 은혜가 임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언가 위로부터 쏟아 부어지는 은혜, 특별한 은혜가 임해야만 아름다운 나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호세아 14장 5절과 6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과 같으리니 그가 백합화 같이 피겠고 레바논 백향목 같이 뿌리가 박힐 것이라 그의 가지는 퍼지며 그의 아름다움은 감람나무와 같고 그의 향기는 레바논 백향목 같으리니 그 그늘 아래에 거주하는 자가 돌아올지라" 하나님은 내가 이스라엘에 대하여 이슬과 같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슬과 같다니 너무 약하지 않습니까? 그까짓 티도 나지 않는 이슬만 먹어가지고 언제 큰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분명히 내가 너희에게 소나기 같으리라 폭포수 같으리니 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이슬과 같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슬 같은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크고 아름다운 나무로 만들어 준다는 말씀입니다.


팔레스틴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600미리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강도 없고 물이 잘 스며드는 토양의 특성상 저수지를 만드는 일도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팔레스틴은 물이 아주 귀합니다. 그래서 이런 지역에서는 이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밤과 낮의 일교차가 심해서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이슬이 내립니다. 그 덕분에 이슬을 통해 채소나 곡식에 필요한 수분과 작은 짐승들이 섭취할 수분을 얻습니다. 이슬은 온 세상을 소란하게 하는 큰 소리도, 차고 넘치는 충만함도 없습니다. 그러나 새벽이슬은 소리 없이 내려 온 세상의 생명을 유지시키며 소생케 하는 너무도 유용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슬은 생명, 부활, 젊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주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슬과는 달리 요란하게 내리는 집중호우는 도리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홍수를 일으켜 모든 것을 다 쓸어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에게 때로는 불같은 은혜, 소나기 같은 은혜가 필요합니다. 가슴이 터지고 온 몸이 타오르는 듯한 은혜의 순간을 경험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불같은 뜨거운 마음을 유지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불이 식고 나면 급속도로 우울해지면서 깊은 영적 침체기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매일 매일의 삶 가운데서 이슬과 같이 지속적으로 내리는 적절한 은혜가 필요합니다. 일상의 매순간을 살아가면서 조용히 이슬같이 내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이런 은혜는 겉으로 보면 은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냥 덤덤해 보이고 크게 변화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은혜가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소나기로 내렸던 은혜보다 더 큰 은혜가 임했음을 발견하는 때가 옵니다. 초목이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을 머금고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도 소리 없이 임하는 이슬 같은 은혜를 받아 나날이 그 믿음이 성장합니다.


지금은 연말입니다. 우리는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합니다. 많은 분들이 올해는 별로 특별한 일도 없었고 대단한 일을 성취한 적도 없고 작년이랑 비슷했던 것 같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 불 같이 폭포수 같이 임한 은혜의 순간이 잘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있어도 몇 번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는 올해 큰 은혜는 별로 없었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크게 성장한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그렇게 꼭 불처럼 폭포수처럼 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고 대부분의 경우는 이슬처럼 임합니다. 그렇게 이슬처럼 임하는 은혜로도 충분히 크고 아름답고 열매 많은 나무처럼 복 받은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원래 천천히 자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름철 소낙비를 맞고 하루만에 쑥쑥 자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우리가 잡초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은 가슴이 뛰고 온 몸에 전율이 일어야 은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이루어지는 은혜의 수단들을 가볍게 여기고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봐야 별 것 있겠어 하면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 대신 어디서 짜릿하고 뜨거운 은혜를 받을 곳이 없나 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일상의 은혜를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성장을 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오히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서 결국은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별 감동 없이 몇 마디 적은 것 같은 말씀 묵상을 통해 이미 은혜를 주셨습니다. 매주 성경 공부하고 기도하고 예배에 참석하면서 우리는 이슬처럼 임하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매주 들은 예배 말씀들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건강한 집밥처럼 우리 영혼을 살찌게 하였습니다. 그런 일상의 은혜, 날마다 조용하게 내리신 은혜를 통해 우리는 지난 한 해 영적으로 자라고 더 깊어지고 풍성해 졌습니다. 이슬 같은 은혜를 날마다 우리에게 공급해 주심으로 우리를 열매 맺는 나무로 성장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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