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평

교리와 신앙 요약 (4) 고전적 개신교 신앙고백서

이창무 2018. 9. 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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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개신교 신앙고백서


서유럽의 교회들은 종교개혁 시대부터 여러 개의 교파와 교단으로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생겨난 교파는 다른 교단이나 교파와 차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규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신앙고백서와 교리문답서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신조와 고백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영국 성공회 신조. 영국의 종교개혁은 영국 왕실의 복잡한 내부 사정과 대륙의 개혁자들의 망명 등이 어우러진 결과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성공회의 위대한 세 가지 문서적 업적은 공동 기도서와 39개 신조와 설교집입니다. 이중에 설교집은 아직 종교개혁 정신에 따른 설교문을 스스로 작성할 수 없는 목회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39개조는 영국이 신중한 종교개혁과 수용적인 개신교를 지향한 탓에 다른 종교개혁의 신앙고백서에 비해 덜 날카롭게 덜 정교하게 표현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정신은 아름다운 문체의 공동기도서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후 영국 성공회는 39개조의 신학을 구현하는데 대체로 실패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신은 영국 교회의 곳곳에 아직도 깃들여 있습니다.


둘째, 루터파 일치 신조서. 루터파 일치 신조서는 하나의 문서가 아니라 여러 문서들을 한 군데 모은 것입니다. 그 문서들은 사도신경, 니케아 신조, 아타나시우스 신조,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과 변증서, 슈마칼덴 조항, 교황의 권위와 수위권에 관한 문서, 루터의 대소교리문답, 일치신조문입니다. 이 중 처음 세 개는 교부들에게 유래되었습니다. 나머지 문서들은 루터 또는 필립 멜랑히톤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이 문서들은 종교개혁 이후 전개되어 온 루터파 교회의 역사가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타 교파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던 필립파와 성찬에 있어 루터의 견해를 고수하는 정통 루터파 사이에서 정통 루터파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루터파 신조는 초대 교회 교부들의 문서를 포함시킴으로서 전통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 성례의 신학적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 교리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하나 되는 세 고백서. 하나 되는 세 고백서란 대륙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에 기원을 둔 개혁교회의 신앙고백 표준으로 자리잡은 벨직 신앙고백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도르트 신조를 가리킵니다. 벨직 신앙고백서는 귀도 드 브레가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개신교인들을 변호하기 위해 만든 신앙고백서입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개혁파로 개종한 하이델베르크의 영주 프리드리히 3세가 자기 영토의 정체성을 제시할 신앙고백서를 자카리아스 우르시누스에게 의뢰해 만든 것입니다. 아울러 이 문답서는 교사들이 교리를 교육하기에 잘 짜여진 구성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도르트 신조는 당시 논란을 일으킨 알미니안 주의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집된 도르트 총회의 산물입니다. 도르트 신조는 예정론이라는 특정 문제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단독으로는 신앙고백적 기초를 형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나 앞의 두 신조와 함께 읽으면 개혁신학적 신앙 이해를 자세히 알수 있는 문서입니다. 이 세 고백서는 모두 초대 교회 신조들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벨직 신앙고백은 겉으로 보기에는 약하나 주 안에서 강하고 영광스러운 교회에 대한 고백이 강조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목회적 문서로 손꼽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답서는 교리가 딱딱하고 건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는 영국에서 청교도와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입김이 강하게 역사하는 와중에 형성된 문서입니다. 비록 본거지인 영국에서는 후에 거부되었지만 장로교의 가장 기본적인 신조로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는 대체로 하나 되는 세 고백서와 일치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십계명의 제 사 계명을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보다 엄격하게 다룹니다. 또한 구원의 확신과 관련된 부분에서 성도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에 비해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는 기독교적 삶의 특징을 잘 포착하고 있어서 경건의 훈련 도구로서도 유용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침례교 신앙고백을 언급하자면 이 고백은 대체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유사하나 교회 정치와 유아 세례 문제 등 몇 가지에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고전적인 개신교 신앙고백서는 다양한 교파에서 여러 문서들이 존재하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초대 교회 신조에서 진술하는 기본적인 삼위일체와 기독론을 따른다는 점에서 일치합니다. 둘째, 구원의 기본적인 요점은 모든 고백서가 놀랍도록 일치하고 있습니다. 셋째, 세례와 성찬과 같은 성례 문제에 있어서는 뚜렷한 차이점을 보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차이점을 보이는 것을 오히려 반가워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초기 개혁자들이 교리적 차이를 매우 중대한 문제로 다루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신앙고백적 그리스도인이라는 표현이 종종 사용되는데 이 말은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을 일컫는 말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신앙고백적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자신이 어떤 신앙고백을 따르며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그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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