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평

'열왕기 어떻게 읽을 것인가(강정주 저)'를 읽고

이창무 2015. 5.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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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 어떻게 읽을 것인가(강정주 저)'를 읽고




I. 요약




저자는 열왕기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네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첫째, 열왕기는 역사 가운데 실재했던 사실을 다룬다. 둘째, 열왕기는 산문 곧 이야기이다. 셋째, 열왕기는 일어난 사실을 하나님 편에서 해석한다. 넷째, 열왕기는 열왕기 밖의 성경 본문과 연관을 맺고 있다. 




열왕기의 저작 시기는 주전 587년에서 539년 어간 포로기간 중이다. 바벨론에 의해 유다가 멸망 당한 후 백성들은 일부는 애굽으로 도망쳤고, 일부는 유다에 남았으며, 일부는 바벨론으로 끌려갔다. 포로기 중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포로가 된 원인이 무엇이며 미래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가지고 씨름했다. 포로 귀환 후에는 귀환이 이스라엘의 온전한 회복이 아니라면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에 관해 씨름했다.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열왕기는 왕조와 성전의 회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에 의지하여 백성들이 온전히 회개하는 일이 진정한 회복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다윗 왕 이후 솔로몬은 불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 왕위를 계승했다. 그러나 솔로몬은 자기의 손으로 직접 왕위를 견고하게 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솔로몬은 하나님을 사랑하여 지혜를 구했으나 한편으로는 산당에서 제사하고 바로의 딸과 결혼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솔로몬은 부강한 나라를 세웠으며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였다. 그러나 솔로몬의 영광은 솔로몬이 하나님의 계명에 불순종하고 우상 숭배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처럼 솔로몬은 일찍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사랑한 왕이었다.




솔로몬 사후 나라는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했다. 북이스라엘의 왕들은 초대왕 여로보암이 저지른 죄 즉 금송아지 우상을 숭배하는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잦은 왕조 교체를 겪는다. 엘리야와 엘리사라는 걸출한 선지자가 나타나 활동했으나 북이스라엘은 결국 앗수르에 의해 멸망 당한다. 반면 남유다는 다윗 왕조가 지속되며 대체로 선한 왕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남유다 역시 산당 제사를 근절시키지 못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국제적 힘의 역학 관계를 더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북이스라엘 멸망 후 유다 왕국에서는 히스기야라든지 요시야 같은 개혁 군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일시적인 개혁 이후 반동이 일어나 결국 우상 숭배에서 끝내 떠나지 못했다. 남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 당하고 만다. 그러나 열왕기는 마지막을 어렴풋한 희망으로 끝맺고 있다.




열왕기는 1차 독자인 포로기 백성들을 향해 인간의 전적인 타락과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솔로몬 왕부터 이미 타락의 양상이 등장했고 갈수록 더 심해져만 갔다. 유다의 경우는 개혁 군주들의 종교 개혁이 있었으나 대세를 되돌릴 수 없었다. 이런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들을 통해 끊임없이 말씀하시고 그 말씀대로 다 이루셨다. 이스라엘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희망은 오직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열왕기와 달리 역대기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신명기는 포로 귀환의 가능성을 적극 긍정하지만 열왕기는 가능성을 절제한다. 이스라엘 열왕들의 실패 역사는 실패하지 않을 왕 메시아에 대한 기대와 소망으로 이어진다. 이 소망은 결국 신약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로 직접 연결된다. 또한 열왕기에 등장하는 엘리사의 사역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과 닮아 있다. 열왕기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우상숭배에서 떠나야 함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저자는 언약의 무조건성에 기대어 방종에 흐르지 말 것과 현대판 우상 숭배로부터 철저하게 떠나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의지하는 삶으로 전환할 것을 현대의 독자를 향한 메시지로 제시한다.




II. 서평




1. 기여한 점




첫째로, 각 단락별로 석의 뿐 아니라 적용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대부분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류의 책들은 본문에 대한 석의와 신학적 메시지를 제시하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그쳤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단락별로 본문으로부터 도출된 적용 포인트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만약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설교문을 작성하려고 하는 설교자가 있다면 이 부분을 통해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용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본문을 통해서 어떤 적용 포인트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예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본문에 근거하지 않은 적용이 난무하고 있는 강단의 현실에서 특히 신학도에게 좋은 지침이 되리라 믿는다. 저자가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목회자로서 현장의 고민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둘째로, 본문을 연관된 다른 성경 본문과 비교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분석의 대상은 주로 열왕기와 같은 시대를 다루고 있는 역대기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열왕기에 등장하는 여러 왕들 시대에 활동했던 선지자들의 글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이사야라든지 예레미야 등이 자주 비교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비교 분석을 통해 텍스트의 상호 연관성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역대기와의 비교를 통해서 열왕기 저자가 강조하고 싶었던 포인트들이 오히려 부각되어 나타나는 효과가 있었다. 선지서에 대한 언급을 통해서는 선지서를 읽을 때 배경이 모호했던 부분이 명확해지면서 어려운 선지서의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사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여러 책들의 관점을 비교 이해하면서 성경에 대한 나의 이해가 매우 풍성해 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2. 아쉬운 점




크게 아쉬운 점은 없으나 굳이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적용의 단순성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단락별로 적용이 있다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 적용 부분의 내용에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반복되는 내용이 많았다. 열왕기 자체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밖에 없겠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열왕기서 일부를 가지고 설교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약 열왕기서 전체를 시리즈 강해 설교를 한다고 한다면 좀 더 다양한 적용 포인트들이 제시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다양한 적용 포인트는 저자의 몫이라기보다는 결국 이 책을 읽고 설교를 작성하는 설교자 자신을 기도하는 가운데 찾아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3. 종합적 견해와 평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의 마음 속에 각인된 한 마디가 있다. 바로 “언약의 조건성과 무조건성”이라는 개념이다. ‘언약은 무조건적이면서 동시에 조건적이다.’ 저자는 열왕기 속에서 일견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두 개념 사이에 긴장 관계를 발견하였다. 나는 이 개념이 최근 신약학계를 달구고 있는 바울의 새 관점 논쟁에도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통적 칭의론은 언약의 무조건성을 강조했다고 하면 바울의 새 관점은 언약의 조건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경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을 취하고 나머지를 버릴 개념은 아니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일방적인 자비와 은혜에 근거하고 있지만 동시에 언약에 신실한 백성으로 머물러야 한다는 우리의 책임을 면제시키지 않는다. 그 사이의 긴장을 견디지 못하면 좌로든 우로든 치우치게 된다. 이 귀한 책을 통해 ‘언약의 조건성과 무조건성’이라는 긴장 관계를 열왕기를 통해 잘 풀어 주시어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신 저자이신 강 정주 교수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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