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평

서평 ‘잠자는 예배를 깨우라’

이창무 2015. 6. 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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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잠자는 예배를 깨우라’



‘잠자는 예배를 깨우라’는 2012년 예수전도단을 통해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이유정 목사이다. 이유정 목사는 기독교 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익히 들어 본 이름일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직 주만이’,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이’, ‘아침 안개 눈 앞 가리듯’이란 곡들은 알 것이다. 이 곡들의 작곡자가 이유정 목사이며 또 한 때는 ‘좋은 씨앗’이라는 듀엣으로도 활약하였다. 현재는 이민 교회에서 예배 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자의 문제 의식은 1장 ‘예배의 선수는 회중이다’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 예배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대부분의 예배 회중들이 구경하고 평가하는 관객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수동적 예배자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 갇혀 있다. 목회자나 사역자들이 예배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주체이며 마치 회중은 이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같은 입장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예배의 중심을 목회자에서 평신도로 옮기자고 제안한다. 또한 회중을 예배의 선수로 만들자고 말한다. 회중이 예배의 선수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예배가 무엇인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와 성령의 내재하시는 은혜로 말미암아 담대히 아버지 하나님께 나아가 그분의 계시에 대한 반응으로 올려드리는 가장 순도 높은 사랑이요 가장 지고한 사귐의 사건이다. 하나님의 자녀이면 예배자의 자격을 갖추게 되며 예배자의 신분은 왕같은 제사장이다.


2장은 ‘잠자는 예배를 깨우라’에서 예배가 삶에 있어서 최우선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중요한 예배가 실패하는 이유는 회중이 예배의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배의 훈련은 성령님의 지배를 받는 훈련이며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훈련이다. 이런 훈련의 결과로 예배자는 좋은 예배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육일 동안을 일을 하고 일곱째 날에 안식을 하도록 하신 것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이다. 이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 일주일의 클라이맥스를 주일에 드려지는 예배에 두고 그 예배를 통해 참된 안식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일곱 장을 통해 저자는 영적 긴장감을 가지고 예배자를 훈련할 수 있는 일곱가지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법칙: 기대감. 예배자에게 필요한 첫 번째 요소는 기대감이다. 예배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이 오는 예배자는 역시 기대했던 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기대감을 가진 예배자는 기대한 것 이상의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예배자는 먼저 위대하신 하하나님을 기대한다. 또한 기대감은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갈망과 굶주림으로 나타나며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다. 믿음은 이런 기대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연료의 역할을 한다.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찾는 예배자를 하나님은 만나주신다.


둘째 법칙: 드림. 예배는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드리는 것이다. 우리는 예배에서 드림이라고 하면 헌금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는 물질 뿐 아니라 시간도 드려야 한다. 구약의 제사가 가지는 정신도 역시 드림이다. 드리되 그 드리는 대상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가장 아름다운 드림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깨트려서 주님께 드리는 것이다. 창세기 아브라함이 모리아에서 독자 이삭을 드렸던 그 드림이 좋은 예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드릴 때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각양 좋은 은사들로 채워주실 것이다.


셋째 법칙: 반응. 어떤 예배 형식을 드리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회중이 어떤 영적 반응을 보이고 있느냐이다. 회중은 반응을 통해 그 예배에 참여하게 된다. 회중은 찬양으로, 노래와 연주로, 감사로, 성만찬으로, 기쁨으로, 회개와 헌신으로, 결단으로 반응하게 된다. 예배 드릴 때 회중이 수동적으로 구경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수는 뻣뻣하게 서 있고 감독만 뛰는 경기는 없듯이 회중이 가장 활발히 뛰는 예배의 선수가 되어야 한다.


넷째 법칙: 경외감. 예배에서 회중이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경외감이다. 오늘의 예배는 너무 가볍고 편안하다. 경배와 찬양 운동의 여파로 무거운 예배의 분위기가 밝고 활력이 넘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경외감이 상실된 예배는 하나님의 중요한 속성들 즉 초월성, 영원성, 무한성 등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극치의 순간은 바로 십자가 앞에 섰을 때이다. 이 십자가에 대한 진지한 경험이 그리스도인의 예배가 지니는 정서의 핵심을 이룬다. 예배에서 드려지는 경배라는 외적 표현의 내적 정서는 하나님께 대한 경외심이다.


다섯째 법칙: 친밀감. 하나님과의 친밀감은 우리의 내적 상처와 고통을 치유한다. 그런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모조된 친밀감, 가짜 친밀감이다. 시편 51편은 참된 친밀감과 거짓 친밀감을 가르는 시금석이 된다. 바로 자신의 죄에 대한 애통과 회개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면 된다. 참된 친밀감은 예배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나님과의 친밀감은 우리 존재를 변화시킨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본다는 말로 표현되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친밀감은 모든 예배 사역자들이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법칙: 영과 진리. 예배는 영과 진리가 균형 있게 존재해야 한다. 만약 성령만 강조하면 감성적 체험주의에 빠지고 만다. 또 말씀만 강조하면 딱딱한 이성주의에 빠지기 쉽다. 예수님은 살리는 영으로 예배하라고 하셨다. 성령께서 잠자는 우리 영을 충동할 때 전인체가 깨어나며 마음의 이성이 함께 할 때 영의 활동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우리의 예배는 하나님이 계시인 말씀 안에서 이뤄진다. 예배에서 계시의 역할은 설교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결국 계시 그 자체, 진리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리는 예배가 진리 안에서 드리는 예배라고 할 수 있다.


일곱째 법칙: 순종. 예배는 삶의 예배로 확장되어야 한다. 삶의 예배의 핵심은 순종이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사무엘서 말씀처럼 예배는 순종으로 드리는 것이지 우리가 차려 놓은 예배에 하나님을 초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예배의 자리로 나아간다는 것은 하나님께 항복하러 나아간다는 뜻이다. 물론 이 항복은 억지로 강요되는 항복이 아니라 사랑과 기쁨으로 항복하는 것이다. 예배 경험의 핵심은 하나님께 항복이며 예배의 위기는 항복이 부재할 때 찾아온다. 하나님께 순종과 항복이 있는 예배자는 하나님의 권위로 세상에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왕 같은 제사장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앞 부분에 실려 있던 추천사를 살펴 보았다. 한국 예배 역사의 산 증인들이라고 할 만한 모든 사람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사실이 말해 주는 바가 저자인 이유정 목사의 삶 자체가 한국 개신교 예배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현실이 아닌 우리 나라 교회가 겪어 왔던 예배의 흐름들을 꿰뚫고 있는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첫째로 이론과 현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예배에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읽어 보았고 지난 학기에는 예배학이란 과목을 수강하였다. 그런데 예배학 과목은 상당히 이론적이었고 예전적 예배에 치우쳐 있어서 내가 속한 교회에서 그대로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예배에 관한 책들을 보면 주로 예배 사역자로 현장에서 섬기는 사람들의 실무적 노하우를 나누는 책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이론적인 부분이 빈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풍부한 예배 사역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예배학에 대한 이론적 토대도 탄탄하게 쌓은 사람이다. 이론과 현실 어느 한 쪽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균형 감각과 충실함을 보여준다.


둘째로 목회자 혹은 사역자로서 권위 의식을 내려 놓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자 자신이 목사이지만 현재 맡은 직분이 예배 목사이다. 우리 나라 교회에서는 생소한 직분이다. 일단 안수를 받은 목회자라고 한다면 무조건 담임 목사가 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를 잘 살리면서 교회에 대한 소명에 이끌리어 아직은 생소한 영역을 최첨단에 서서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정 목사가 가는 길이 이제 곧 여러 후배들이 따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는 회중의 적극적 예배 참여를 특별히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 모든 사역자나 목회자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상당수 목회자들이 오히려 예배에서 회중이 소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목회자야말로 예배에 있어서 평신도와는 구별되는 권위를 가진 예배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중의 역할이 증대되면 소위 말하는 예배에 있어서 회중들이 목회자의 권위를 가볍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는 염려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있다. 그러나 모세가 모든 백성들이 다 선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저자는 그런 권위의식을 버리고 온 회중이 공동체가 함께 이루어 가는 성경적 예배 모델을 추구하는 점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예배의 훈련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점이 신선했다. 나는 지금까지 25년 동안 교회에 출석해 오고 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예배 훈련이란 것을 받은 적이 없다. 제자 훈련도 받아 봤고 리더 훈련도 받아 봤지만 예배 훈련은 전혀 생소하다. 그러나 저자는 잠자는 예배를 깨우기 위해 예배 훈련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예배 시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상으로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예배 훈련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한번도 배워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일곱가지 법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면서 어떻게 수동적 회중을 예배의 선수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가이드를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훈련 교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 3월에 저자가 ‘성령의 지배를 받는 40일 예배 훈련’이라는 교재를 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자는 예배를 깨워라’를 통해 이론적 무장을 하고 이 책으로 회중들을 훈련시킨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이 책의 모든 면이 다 좋고 흠 잡을만한 곳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끝까지 남는 한 가지 질문은 과연 이 책의 가이드대로 한다고 해서 ‘잠자는 예배가 깨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만약 예배가 선잠을 자고 있다면 이 정도 충격으로도 그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예배가 깊은 잠을 자고 있다면 과연 깨어날 수 있을까? 구약의 선지서들이 보여주는 그 파격적이면서도 과격한 표현들로도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들은 잘 깨어나지 못했었는데 진지하고 날카롭긴 하지만 여전히 조금은 신사적으로 보이는 이 책으로 잠자는 예배의 회중들 그리고 사역자들이 깨어 일어나는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강하게 좀 더 날카롭게 좀 더 묵직하게 돌직구를 날려 주셨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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