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사도행전 공부를 위한 신약 배경 이해

헬라, 로마 시대의 철학과 종교

이창무 2021. 9. 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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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과 구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이 창무(안암1부)

헬라, 로마 시대의 철학과 종교

오늘은 헬라와 로마 시대의 철학과 종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언급할 것은 에피쿠로스 철학입니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의 영향을 받아 우주의 궁극적인 원리는 무한한 공간 속에서 필연성에 따라 움직이는 원자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이 원자가 자리 자리를 벗어나 탈선하게 되면 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그 충돌 때문에 존재가 생겨난다고 보았습니다. 그 원자가 흩어져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은 일종의 유물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당연히 영혼의 불멸을 부정했습니다. 이들에게 이상적인 상태란 원자의 세계에 살면서 동요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이를 가리켜 아타락시스(ataraxia)라 불렀습니다. 유물론에 기초해 쾌락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피쿠로스 학파를 가리켜 “쾌락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무분별한 쾌락 추구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쾌락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 동요되지 않는 아타락시스에 이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스토아 철학입니다. 스토아 학파는 우주와 인간의 기본 원리를 로고스로 상정하고, 이성의 힘에 의해 우주와 인간이 통합을 이루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절제와 인내를 실천하여 자연 세계와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습니다. 개인주의와 범신론적인 경향이 스토아 철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절제와 인내를 중시하기 때문에 ‘금욕주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스토아 학파의 주요 인물들 중에는 로마의 황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입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초반에 나오는 백발의 황제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입니다..

사도행전 17장 18절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철학자들도 바울과 쟁론할새 어떤 사람은 이르되 이 말쟁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느냐 하고 어떤 사람은 이르되 이방 신들을 전하는 사람인가보다 하니 이는 바울이 예수와 부활을 전하기 때문이러라” 사도 바울이 아덴(아테네)에 갔을 때 장터에서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을 만나 서로 토론이 벌어졌던 상황을 묘사한 구절입니다. 어떤 변론을 했는지는 성경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략 짐작을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에피쿠로스 학파에게 바울은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며, 죽음 이후에는 하나님 앞에 나가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말했을 것입니다. 스토아 학파에게는 온 세상이 이성적인 원리인 로고스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천지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통치하고 계시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고린도전서 15장 32절에서 바울이 인용한 “내일 죽을 터이니 먹고 마시자”라는 말 속에도 에피쿠로스 학파의 흔적을, 골로새서 2장 23절에 등장하는 “자의적 숭배와 겸손과 몸을 괴롭게 하는 것”에서 스토아 학파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철학에 이어 종교를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전통적인 다신교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릴 적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숭배하는 종교를 가리킵니다. 헬라의 다신교가 로마의 유사한 다신교와 융합한 형태입니다. 인간처럼 다투고 사랑하는 남신들과 여신들의 세계입니다. 대다수 헬라인과 로마인은 공식 종교로 전통적인 다신교 의식에 참여했지만, 마음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아시아 지역에는 이 다신교 문화가 그 지역에 예전부터 있었던 토착신들과 결합한 형태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에베소라는 소아시아의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광범위하게 펴져 있던 ‘아데미 숭배’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사도행전 19장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에베소 선교 과정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기록되던 그 시대에는 많은 마술사들이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마술사는 초자연적인 것들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통제의 방법으로는 특정한 주문이나 의식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마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병을 고치거나 귀신을 쫓아내는 백마술입니다. 다른 하나는 저주를 걸리게 하는 흑마술입니다. 이런 마술을 행하는 술사들 중에서 특히 페르시아 계통 또는 유대 계통 마술사들이 환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동방에서 온 신비한 능력을 가진 마술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대인 출신 마술사에 관한 이야기는 사도행전 13장에 등장합니다. 바보라는 섬에 바울 일행이 도착했을 때 그곳에 총독의 마음을 빼앗은 유대인 거짓 선시자인 마술사 “바예수”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바울의 복음 전파를 방해하였다가 눈이 멀고 맙니다.

신약 성경과 관련이 깊은 종교 중 하나로 황제 숭배가 있습니다. 황제 숭배의 출발점은 로마의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아첨하려던 신하들에 의해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헤롯 대왕은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숭배하는 신전을 사마리아(세바스테)에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기원후 81년부터 96년까지 재위했던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자신을 ‘주’와 ‘신’으로 칭하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국가에 의해 황제 숭배가 장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신약 성경 중 요한계시록이 이 황제 숭배와 영적인 싸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지중해 근방에는 밀교라는 이름을 가진 신비 종교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헬라의 오르푸스, 이집트의 오시리스, 페르시아의 미드라시 등등 죽음과 부활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신화에 근거한 신비 종교들입니다. 서로 출발점은 달라도 종교의 틀과 내용은 대동소이 했습니다. 이런 종교에 입교하려면 일정한 가입 절차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비밀 의식에 참여하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이런 의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자세히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주문을 외우는 것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마약과 유사한 성분을 가진 향이나 약초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의식 가운데 황홀경에 빠져서 마치 천상 세계를 가본 것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당시 국가 종교는 냉랭한 지성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런 신비 종교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종교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였습니다. 바울 서신서 중에 종종 등장하는 “하나님의 비밀”이라는 표현이 이 밀교라는 신비 종교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들어본 적이 있을 영지주의입니다. 본격적인 영지주의는 2세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따라서 신약 성경이 기록되던 시기에는 제대로 종교의 틀을 갖춘 영지주의가 나타나기 전입니다. 그러나 영지주의의 원형은 이미 1세기부터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영지주의는 철저한 영육 이원론입니다. 즉 영은 선하고 육은 악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은 영적인 지식에 의해 사람 안에 있는 신의 불꽃이 점화된다고 믿었습니다. 이렇게 영적인 지식에 의해 각성된 상태가 그들에게 있어서 구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육을 그 자체로 악하도 더럽다 여기다 보니 성자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육신을 입으셨다는 것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눈으로 보았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가현설’입니다. 가현설이란 예수님이 실제로 육신을 입으신 것이 아니라 마치 육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이론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이 유령과 같은 존재였다는 뜻입니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입니다. 또한 영지주의자들은 하나님께서 물질 세계를 선하고 아름답게 창조하셨다는 것도 부인했습니다. 이런 영지주의 거짓 사상이 초대 교회에 침투해 많은 성도를 미혹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사도들이 어떻게 진리를 드러내고 영지주의와 싸움을 벌였는지 등이 골로새서, 요한일서와 같은 서신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복음 전파는 곧 진리 전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철학과 종교 안에 진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리의 작은 일부분은 담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온전한 진리를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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