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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172

비상

비상 - 채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모습 나조차 불안해보여.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상처 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고독이 꼭 나쁜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거야. 그토록 오랫..

기타/시 2019.06.22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오 탁 번 고려대학교 정문에는 문패가 없다 서울대학교나 연세대학교 정문에는 커다란 동판 문패가 구릿빛 찬란하게 붙어있어서 누구나 그 대학의 이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고려대학교 정문에는 문패가 없으니 이 대학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 참 이상하다 이름도 없는 대학의 이름을 모두다 안다는 듯 아무도 이 대학의 이름을 물어본 사람도 없다 입학원서 들고 처음 찾아오는 고등학생들도 여기가 고려대학교 맞습니까 물어보지 않는다 매일 교문을 드나드는 수천 명의 학생들도 정문에 문패가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얼씨구절씨구 고려대학생 노릇 잘만 한다 그것 참 이상하다 개교한 지 일백 년이 다 되는 대학교 정문에 동판으로 만든 문패 하나 없다니? 그런데 정말로 더 이상한 일은 문패가 없다는 사실을 아..

기타/시 2019.06.05

메아 쿨파

메아 쿨파 - 심보선 너의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구나 너는 오늘 아침 기도를 올렸구나 지하철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조는 척하면서 얼굴에 매달린 새 한마리씩 죽이고 있을 때 너는 오늘 밤 기도를 올리려나 침대 머리맡엔 십자가도 없는데 너는 오늘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고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너는 운명이라는 신의 손목 위에서 훌쩍 뛰어내리려나 열두개의 언덕으로 몸을 감싸고 태초의 봄에 펼쳐진 벌판 엄마와 아이 둘뿐인 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너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려나 차가운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으면 너의 얼굴은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처럼 한없이 그윽해지려나 너의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구나 너는 하루 종일 기도를 올렸구나 * 메아 쿨파 * -나..

기타/시 2019.03.28

피 ㅡ 심보선 오늘날 피를 제외하고는 따스함이 없다 피를 제외하고는 붉음도 없다 피가 의미 없는 물이라고 말하지 마라 마지막 절규가 터지기 전까지 피는 이 세계의 유일한 장미 장미를 손에서 놓지 마라 예전에 우리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여전히 같은 가사와 같은 선율 노래를 가장 잘 부르던 이들은 다 죽었다 노래를 멈추지 마라 지금까지 손이 나와 동행했다 어두운 골목에서 나를 이끌고 다리 난간에서 나를 버텨주었던 손 나는 손을 신뢰했다 사랑하는 이의 입에 밥을 떠먹였기에 내 몸 중에 가장 자주 피를 흘렸기에 장미를 손에서 놓지 마라 노래를 멈추지 마라 갓 지은 밥에서 피냄새가 나는지 맡아봐라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 하나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태양이 아닌 것 그러나 태양이라고 믿는 것 그쪽을 향해 걸어가라 마..

기타/시 2019.03.28

그 쇳물 쓰지 마라.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 댓글 시인으로 유명한 제페토 시인의 시입니다.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긴 전기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끔찍한 사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타/시 2019.03.20

비밀번호

비밀번호 - 문 현식 우리 집 비밀번호 띠띠띠띠띠띠띠. 누르는 소리로 알아요. 띠띠띠 띠띠띠띠는 엄마. 띠띠 띠띠띠 띠띠는 아빠. 띠띠띠띠 띠띠띠는 누나. 할머니는 띠띠 띠 띠 띠 띠 띠. 제일 천천히 눌러도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 이제 기억으로만 남은 소리. 보고 싶 은 할 머 니. * 위의 시는 어느 초등학생의 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46살의 선생님이 쓰신 시라고 합니다.본래 시에는 띠 부분이 네모 박스로 되어 있구요.정말 초등학생의 시라면 천재라고 할만 하겠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았네요.기발하면서도 감동적인 시입니다.

기타/시 2019.03.20

당신은 고난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은 고난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당신은 고난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당신의 삶 속에서 그 고난 받고 있지요당신은 고난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당신의 삶 속에서 그 고난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계획된 예수님의 고난은우리의 헌신을 통해 열매를 맺고당신이 이 세상을 거슬러 감으로 인해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전이 되는지 당신은 고난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지금도 그 고난 받고 있지요당신은 고난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지금도 그 고난 받고 있지요 찬양 악보집인 '많은 물소리'의 편집자로 잘 알려진 황 병구 씨가 개사한 '당신은 고난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기타/시 2019.02.21

삶에 감사합니다

삶에 감사합니다 (Gracias A La Vida)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두 샛별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높은 하늘에는 빛나는 별을, 많은 사람들 중에는 내 사랑하는 이를 주었습니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밤과 낮에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를 들려주고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녹음해 넣을 수 있는 넓은 귀도 주었답니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언어와 소리와 알파벳을 선사하고 어머니와 친구와 형제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영혼의 길을 밝혀주는 빛도 주었고요 내게 그토..

기타/시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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