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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뿐인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한쪽 길이 감돌아간 저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다 비슷했지만 이 길은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길은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라고..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담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 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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