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시

길에 관련된 두 개의 시

이창무 2015. 7. 2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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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뿐인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한쪽 길이 감돌아간 저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다 비슷했지만 이 길은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길은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라고..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담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 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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