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류호준 교수님의 클린조크: "덮어놓고"

이창무 2020. 9. 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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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놓고"

학기말이 되면 교수들에겐 학생들이 제출한 페이퍼를 읽고 채점하는 고난의 행군이 있습니다. 어제 늦은 밤 시간까지 게슴츠레한 눈을 다독이며 비몽사몽간에 백여 개의 페이퍼를 읽고 있던 중 갑작스레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한 학생이 쓴 페이퍼 안에 들어 있는 한 줄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수님의 수제자였던 베드로의 성격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베드로는 일관성 있게 일관성 없는 사람이다.”

으악! 헐, 야, 이 인간아, 도대체 누구 것을 덮어놓고 베꼈냐!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 인물이고 베드로는 1세기 인물이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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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아래는 카톡으로 주고받은 내용들입니다.

“일관성 있게 일관성 없는”(consistently inconsistent) 이란 표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Poet. 1454a)에 나옵니다. 이 유명한 표현을 방대한 교회사를 쓴 필립 샤프가 그의 책에서 베드로에게 적용시켜 말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인물의 성격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만약 일관성이 없는 성격이라 할지라도 일관성 있게 일관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착한 제자 이창무 목사)

“시학에 성격 /인물 규정 네 번째 항으로 나오는군요. 일관성이 네 번째 항인데 비록 인물이 일관성이 없는 자라 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일관성이 없어야 무대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료 강영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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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필립샤프의 교회사 전집 제 1권인 [사도적 기독교] (이길상 옮김,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4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베드로는 다혈질이고 열정적이고 충동적이고 낙천적이고 마음의 따듯한 사람으로서, 쉽게 잘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을 빌리면) "일관성 있게 일관성이 없는"(consistently inconsistent) 사람이었다."(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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