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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시 66

만남 / 정채봉

만남 /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기타/시 2015.11.10

첫 눈

첫 눈- 어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사회 풍자시 첫눈이 내린다.맨 처음 떨어지는 눈은태어날 때부터 맨 아래에 있던 눈.맨 아래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아래.눈이 되지 못하고땅바닥으로 고꾸라져 녹아버린다.중간에 떨어지는 눈은태어날 때부터 중간에 있던 눈.중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중간.아래의 눈들이 얼려놓은 땅으로 힘들게 쌓인다.맨 위에 떨어지는 눈은태어날 때부터 맨 위에 있던 눈.맨 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위.아래의 눈들이 빚어놓은 푹신한 땅 위로 상처 없이 떨어진다.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첫날에 내린 진짜 첫눈은언 바닥에 몸을 내박으..

기타/시 2015.11.10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저에게가 아니에요.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이 여자는 젊어서부터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그 어떤 삶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쑥맥이라서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너무 그러지 마시어요.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기타/시 2015.11.10

우리 시대의 역설 - 제프 딕슨

우리 시대의 역설 - 제프 딕슨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작아졌다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너무 적게 웃고너무 빨리 운전하고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너무 늦게까지 깨어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젼을 너무 많이 본다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말은 너무 많이 하고사랑은 적게하며거짓말은 너무 자주한다생..

기타/시 2015.11.10

님이 오신다 / 함석헌

님이 오신다 / 함석헌 님이 오신단다,길 닦아 예비하자내 집에 오시는 님을날 보러 오시는 님을,그저 어찌 맞느냐?높은 것 낮추고우므러진 것 돋우고굽은 길을 곧게 하고지저분한 것을 다 치워님이 바로 오시도록 하자님을 기다린다면서그저 잤고나,이것저것을 온 방안허투루 늘어놓아그저 앉으실 곳도 없이 했구나.어서어서 모셔야 할 님더러운 길에 왜 더듬게 하며,맑고도 거룩하신 그의 몸을헤뜨린 이 속에 어찌 맞을꼬?오, 내 맘이 급해.쓸자, 닦자, 고치자,물을 뿌리자,묵고묵고 앉고앉고이 먼지를 다 어찌하노?언제 이것을 아름다이 하노?자리 위엔 무슨 때가이리도 꼈느냐?천정의 거미줄은누가 치느냐?이리도 더러운 줄을 나도 몰랐지.뜰에는 무엇이 저리도 많아발도 옮겨놀 곳이 없고앞길에는 돌이 드러나고다리가 무너졌으니,저거는 누..

기타/시 2015.11.10

조지 허버트의 기도 1

기도 1 조지 허버트 기도는 교회의 잔치, 천사의 시대,인간을 처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하나님의 숨결,쉽게 풀이된 심령, 순례에 나선 마음,하늘과 땅을 재는 다림줄,전능하신 분께 맞서는 병기, 죄인의 요새,거꾸로 치는 천둥,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르는 창,엿새간의 세상을 한 시간 안에 바꿔 놓는 변화,만물이 듣고 떠는 선율 같은 것. 너그러움과 평화, 기쁨, 사랑, 그리고 축복.고귀한 만나, 더없이 큰 환희,일상에 깃든 하늘 나라, 잘 차려 입은 인물,은하수, 파라다이스의 새. 별들 너머로 들리는 교회 종소리, 영혼의 피,온갖 향료가 나는 나라, 몇 가지 알려진 것.

기타/시 2015.09.09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그대를 만나던 날느낌이 참 좋았습니다...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한 마디, 한 마디의 말에도따뜻한 배려가 있어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오래 사귄 친구처럼마음이 편안했습니다내가 하는 말들을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있는 그대로 보여주는솔직하고 담백함이참으로 좋았습니다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둥지를 잃은 새가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짧은 만남이지만기쁘고 즐거웠습니다오랜만에 마음을 함께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 보다더 행복했습니다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더 좋은 사람입니다 ("길목"에서 퍼옴)

기타/시 2015.08.10

찰나의 아름다운 감사한 것들(무명의 고려대생)

허지웅 말이 맞았다.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걸인정하고 나서야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찰나의 아름다운감사한것들이.지금은,손을 뻗었을때답해줄 사람들이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건지 알것같다.이거 기억하며 살아야지.내가 사는 세상은 정말 아름답지 않다.배워온 것과 다르게 지저분하고 슬프고 아프고 힘들고바라는게 더럽게 많다.앞으로도 날 힘들게 하는 일이 있을거고근 몇년간 겪은 것보다 더한 반전이 내 뒷통수를또 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래도살아있는동안최선을 다해 사랑해야지.나자신을.그리고 다른 사람을. 후회하지 않게.삶도 내게 주어진 기회니까.내가 원해서 주어진건아니었더라도.

기타/시 2015.08.10

길에 관련된 두 개의 시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뿐인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한쪽 길이 감돌아간 저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다 비슷했지만 이 길은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길은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기타/시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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