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캠퍼스 선교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수양회 소감

이창무 2018. 8. 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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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수양회 소감


이 창무


지난 2018년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불광동에 위치한 팀수양관에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수양회를 가졌습니다. 대상은 안암 1 부 학생회의 형제자매들이었습니다. 그 동안 수양회는 많이 했지만 교리문답을 주 내용으로 하는 수양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여러 면에서 유익한 수양회로 마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들 드립니다. 교리문답 수양회를 통해 느낀 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리문답 공부는 기독교 복음 진리의 탁월성을 깨닫게 해 준다는 점입니다. 수양회를 마친 후 한 일학년 자매가 일대일 목자님에게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성경을 알면 믿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또 런치 미팅에서 한 형제는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았었는데 교리를 알고 나니 도킨스가 아무 것도 모르고 막연하게 기독교를 비판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복음을 감성적인 차원으로만 이해합니다. 세상의 철학과 학문에 비해서 덜 체계적이고 덜 지적이고 덜 정교하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교리문답 수양회를 통해 기독교의 진리가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이 있고 합리적이고 지적이며 포괄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내가 믿는 복음에 대한 자부심 혹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불신자들 앞에서 당당히 복음 진리를 변호하고 양들을 말씀으로 초청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둘째, 교리문답 공부는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한국 대학에 편입한 형제가 한 명 있습니다. 이 형제는 미국에서 선교사님들과 대화할 때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이 금지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질문을 하는 것은 마치 믿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교리문답 수양회를 통해서 마음껏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의문들이 쌓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들을 속 시원하게 펼쳐 놓고 대화하는 기회를 잡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교리문답 수양회는 마음껏 질문할 기회가 있습니다. 한 자매는 강의 시간이 부족했는지 강의가 다 끝난 후 무려 한 시간 반이나 따로 질문을 했습니다. 이 질문과 대답이 흥미로웠는지 옆에 와서 그냥 듣기만 하는 학생들도 저절로 생길 정도였습니다. 물론 답변을 통해 어떤 부분은 해소가 되지만 어떤 부분은 충분히 해소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고 함께 고민했다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해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 가운데 일대일 목자의 역량만으로는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교리문답 공부가 성경 공부를 보완하여 소통과 해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좀 더 다양한 교리 공부 방법에 대한 연구와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삼박 사일 동안 강의와 질문과 대답 순서로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밤사이에 서로 대화하고 노느라고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의에 계속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단조롭게 진행된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양한 형식을 보충한다면 좀 더 흥미와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참석자들을 찬 반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집중 토론을 해 본다든지, 어떤 교리에 대한 자신의 간증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는 하는 등등의 시간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한 번 더 교리문답 수양회를 진행한다면 이런 순서들을 중간 중간에 섞어 보고자 합니다. 또한 이번에 택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매번 ‘당신에게 어떤 유익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 단지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나의 삶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접근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삼박 사일 정도의 수양회로 소화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좀 더 축약해서 삼박사일 내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훑어볼 수 있는 교재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저는 이번 수양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높은 수준의 질문에 놀랐습니다. 어리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삼위일체 교리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은혜 받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성경 공부를 많이 하는 우리 모임은 교리 교육을 통해 사고의 체계, 신앙의 체계가 견고하게 세워질 수 있는 토양이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리 공부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의문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양들에게 대화와 토론을 통해 복음 진리의 정수를 맛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수양회를 하면서 재정적인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는 유익이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계속 만들어지고 또 확대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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