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평

서평 약속, 성취 그리고 하나님 나라

이창무 2015. 5. 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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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약속, 성취 그리고 하나님 나라


‘약속, 성취 그리고 하나님 나라’는 이번 학기 옥중서신을 가르치고 계신 김정훈 교수님의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본문 연구인데 구약에서 세 편, 신약에서 다섯 편이 있다. 신약학 교수님께서 구약 본문 연구를 하셨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놀라게 했다. 서문에 따르면 이 본문 연구 부분은 학회에 발표하셨던 내용이라고 한다. 두 번째 부분은 소논문 여섯 편을 묶은 부분이다. 대체로 신약과 관련된 논문들이지만 구약에 관한 논문도 한 편이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 부록은 20여편의 설교가 포함되어 있다. 얼핏 보면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한 가지 분명한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모든 글에서 학자적인 현란함이나 현학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쉽게 그리고 명확하게 글을 쓰셨다는 인상을 깊게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느낌은 이 책에서뿐 아니라 옥중 서신 강의에서도 동일하게 느끼던 바였다. 아마도 이는 신학교와 교회가 서로 분리되어 버리는 현상을 염려하시면서 교회를 섬기는 신학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평소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먼저 본문 연구 편을 살펴 보면 8 편의 연구가 모두 일정한 양식을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본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본문 관찰, 중요 단어 및 어구의 해설, 본문의 구조 및 내용 분석, 본문 해설, 메시지 착상 순으로 진행한다. 본문 관찰에서는 원어가 히브리어든 헬라어이든지 일단 원문을 가져 오고 우리가 흔히 쓰는 개역 성경 역시 가져 온다. 그리고 원문에 비추어서 현재 한글 개역 성경이 가지고 있는 번역 상의 문제점들을 짚는다. 본문 관찰의 마지막 단계로서 저자 자신의 번역(사역)을 최종 본문으로 제시한다. 사역이긴 하지만 한글 개역 성경을 존중하는 사역을 하기 때문에 사역 자체가 꽤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 단계의 목적은 본문을 원어에 근거해서 최대한 정확한 텍스트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중요 단어나 어구를 해설한다. 이 단계에서는 원어가 가진 의미를 더욱 심화하여 분석하기도 하고, 다른 본문과의 연계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본문의 구조 및 내용 분석을 통해서는 본문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형식과 문예적인 기법에 따라 분석한다. 본문 해설 단계에서는 본문의 역사적 정황에 대한 연구나 본문에 담긴 신학적 메시지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 메시지 착상 단계에서는 설교자가 본문을 통해 전달해야 할 설교적 포인트들을 짚어 준다. 마지막 메시지 착상 단계가 이 본문 연구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다른 본문 연구에서는 이 메시지 착상 단계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본문 연구에서는 메시지 착상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설교자에게 실제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석의 방법론이나 설교학 시간에 배운 석의 단계와 흡사했다. 매번 석의의 모든 단계를 밟아 나가기 버거워 하는 설교자에게 이 책의 본문 연구 결과물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구약편 1장 세 세대에 요구된 할례의 징표’는 여호수아 5:2-9를 본문으로 하여 가나안 정복 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할례를 요구하신 뜻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그 뜻을 네 가지, 즉 할례를 통해 가나안 땅에 들어 오게 하신 언약의 하나님에 대한 상기, 언약 백성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 확인, 영적인 무장, 애굽과의 완전한 결별이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할례의 의미는 신약 시대의 세례에 그대로 계승되었다.


‘구약편 2장 미리 본 새 하늘과 새 땅’은 이사야서 65:17-25를 통해 종말의 때에 나타날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을 추적해 가고 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이 희락이 충만한 곳인데 그 이유는 충만한 생명력, 수고에 대한 정당한 대가 향유, 하나님과의 완전한 의사 소통, 완전한 평화에 있다. 메시지 착상 부분에서 저자는 이 본문을 가지고 무려 다섯 개의 설교 제목과 대지를 추출해 내고 있다.


‘구약편 3장 레갑 족속을 통한 실물 교육’에서는 예레미야서 35:1-9을 통해 레갑 족속이 조상 요나답의 유훈을 수백 년 동안 받들어 포도주를 거부하는 것을 통해 순종하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책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과 신실함을 권면하고 촉구하는 본문이다. 이 장은 본문 연구 중에서 가장 내가 감동을 크게 받은 장이다. 내 주변에서 사람에게 오랫동안 신실한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심지어 불신자 중에서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그것도 신자인 내가 얼마나 신실했는가를 돌아 보면서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약편 1장 천국이 침입을 당하다’는 마태복음 11:7-15을 본문으로 하여 세례 요한을 소재로 구약 시대와 신약 시대를 대조시키면서 신약 시대의 풍성함과 탁월함을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대로 구약 시대가 언약의 시대였다면 신약 시대에 그 언약들이 어떻게 성취되었는가를 다각도로 살펴 볼 수 있다.


‘신약편 2장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본 갈릴리 가나의 이적’은 유명한 요한복음 2장의 갈릴리 가나에서 그리스도께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사건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보도록 요청한다. 하나님 나라라는 구속적 잔치에 들어갈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통해 변화를 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장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점은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거의 쓰고 있지 않은 요한복음도 사실상 그 중심주제가 하나님 나라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단어가 공관복음과 같지 않아서 그렇지 공관복음서의 중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가 요한복음에는 없다고 보는 것은 매우 피상적인 관찰이다.


‘신약편 3장 방언이냐, 예언이냐’는 고린도전서 14:1-25를 바탕으로 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방언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보면서 예언의 우월성 혹은 탁월성을 논하고 있다. 이를 현대교회에 상황과 접목시켜 본다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전달되는 설교, 성경 공부, 교리 공부 등의 중요성에 대한 성경적 근거로 이 본문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이 결코 방언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신약편 4장 헌금과 축복’은 고린도후서 9:1-10을 통해 헌금이란 소재를 가지고 성도 섬기는 일에 대해 논한다. 진정한 섬김은 자연스럽게 물질적 헌신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으며 또한 물질로 섬기는 일은 반드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물질로 성도를 섬기는 사람은 그 봉헌이 자신에게도 복이 된다.


‘신약편 5장 사라와 하갈의 알레고리’는 갈라디아서 4:21-31에 대한 바른 해석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이 본문의 해석이 쉽지 않은 것은 본문 자체가 사도 바울이 사라와 하갈을 알레고리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레고리로 본문을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예외적으로 이 본문에서는 스스로 알레고리임을 밝히면서 구약을 인용하고 있다. 그 목적은 이 알레고리를 통해서라도 율법과 복음과의 관계를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 2 부로 신학 소논문 6 편이 실려 있다. 이 소논문 주제들 중에서 특히 2장 ‘로마서의 나타난 하나님의 의’, 3장 ‘국가에 대한 교회의 정치적 책임에 대하여’, 4장 ‘바울의 영성’은 평소 내 자신이 관심이 있고 궁금해 하던 주제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논문이라고 하지만 역시 그 중심은 1부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연구로부터 모두 나온 내용과 결론들이었다. 역시 신학이라는 것은 다른 학문들과 달리 모든 명제가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신학논문 1장 누가복음의 기독론’은 누가복음이 예수를 어떤 인물로 묘사하고 있는지를 살펴 본다. 누가복음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왕이며, 성령의 능력 안에 거하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세상의 구주이자 선지자적 메시아이시다.


‘신학논문 2장 로마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는 로마서 1장부터 8장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는 복음을 통해 또한 그리스도의 피의 구속을 통하여서 계시되었으며, 믿는 자에게 칭의를 주며, 율법을 옹호하는 동시에 비판도 하며, 순종을 요구하며, 구원과 영생 그리고 영광에 이르게 한다. 하나님의 의의 개념에 대해서 최근 바울의 새관점주의자들과 논쟁이 종종 벌어 지고 있는 저자의 관점은 전통적인 해석을 지지하는 편에 서 있는 듯 하다.


‘신학논문 3장 국가에 대한 교회의 정치적 책임에 대하여’는 신약 성경을 중심으로 해서 ‘국가에 대해서 교회는 어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신약에 따르면 교회는 국가와 지도자를 위해 기도해야 하며, 그들을 존경하고 순복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교회는 국가가 권선징악의 기능을 잘 펼칠 수 있도록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일치되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정치를 통해서 이상적인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신학논문 4장 바울의 영성’은 바울의 서신서들을 통해서 바울 영성의 본질과 표현을 정리해 본다. 저자는 영성을 성령의 내주하심을 통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이를 근거로 한 지속적인 인격적 변화와 경건한 삶이라고 정의한다. 바울의 영성은 성령의 내주로부터 시작하여 죄와의 투쟁을 거쳐 성화를 위한 의지적 결단과 실천으로 다져지게 된다. 그 결과 성령의 열매가 영성의 증거로 형성된다. 또한 바울의 영성은 기도를 통해, 고난의 극복을 통해, 약자에 대한 사랑을 통해, 그리고 그리스도를 향한 열망을 통해 표현된다. 바울의 영성은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종말론적이다.


‘신학논문 5장 히브리서의 시편 인용’은 히브리서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위한 논거로 시편을 어떻게 인용하고 있는가를 논하고 있다. 히브리서에서 시편은 그리스도가 천사가 보다 높으시다는 점, 그러나 잠시 낮아지셨다는 점, 경고를 위해서,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은 아론보다 우월하다는 점, 그리스도는 하늘 성소에서 새 언약의 제사장으로 섬기고 계신다는 점 등 다섯 가지 신학적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시편을 인용한다. 이 5장이 이 책에 소개된 소논문들 중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논문이라고 생각한다.


‘신학논문 6장 제사장의 옷’은 제사장의 옷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그 옷을 입고 벗을 때의 의식과 스가랴의 환상 속에 나타난 더러운 옷과 새 옷의 모티프를 고찰한다. 소논문 중 유일하게 구약을 중심으로 한 논문이다. 제사장의 옷은 특징은 거룩이며 옷을 입고 벗을 때 성결 의식을 치러야 한다. 스가랴의 환상에서 여호수아의 더러운 옷이 깨끗한 새 옷을 갈아 입혀지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죄사함을 받고 새롭게 되어 성결케 될 것을 예표한다. 이 시대의 사역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제사장적인 직무를 감당하는 사람들이다.


부록으로 총 20 편의 설교가 본문의 순서에 따라 실려 있다. 놀라운 점은 20 편의 설교 중 구약을 본문으로 한 설교가 14편이나 된다는 점이다. 대략 한 설교 당 4 페이지 정도로 길지 않은 편이다. 내가 이해한 이 설교들은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성경을 충실하게 해석하고 풀이해 주는 강해 설교라는 점이고, 둘째는 신학적 메시지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번 학기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서도 느낀 점이지만 교수님의 신학 강의는 설교처럼 느껴질 때가 많고 설교는 신학 강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신학과 설교가 엄격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항상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방향을 지향하고 계신 것 같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새롭게 배운 점들을 요약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성화를 이루기 위한 경건의 실천이다. 이 책의 설교 부분 뿐 아니라 소논문과 본문 연구 부분까지 구석 구석에 성화를 이루기 위한 경건의 실천에 대한 강조가 스며들어 있다. 읽다 보니 만약 내가 존경하는 로이드 존스 목사님이 성경 연구를 하셨다면 이런 식으로 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 역시 청교도의 삶을 본 받고 따르며 그들의 성화를 위한 치열한 경건의 실천을 자주 권면하셨다. 나는 특별히 본문 연구에서 ‘레갑 족속을 통한 실물 교육’과 소논문에서 ‘바울의 영성’에서 큰 도전과 자극을 받았다. 정말 내가 사역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으로 이 세상의 사람들 중에 고매한 인격과 성품을 가진 사람보다 뛰어나면 더 뛰어나야지 더 못해서야 되겠는가? 이 모습 이대로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섬길 수 있겠는가? 하는 자아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위해 내 안에 거하시는 성령님을 통해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누리고 삶의 변화, 성품의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둘째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성경 읽기를 배웠다. 지금까지 그리스도 중심의 성경 읽기는 그대로 좀 들어보고 실천해 보려고 노력도 해 본 적이 있지만 하나님 나라를 중심으로 성경 읽기는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여름 영성 수련회를 통해 김 형국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새로운 인사이트가 열렸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또 다시 하나님 나라라는 렌즈를 통해 성경을 읽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조금 더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까지 많은 설교를 들어 왔던 요한복음 2장 갈릴리 가나의 기적 사건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신선한 자극과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성경에 명백한 하나님 나라 사상을 지금까지 제대로 볼 수 없었는가가 참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 공부를 통해 좀 더 하나님 나라로 성경 읽는 법을 갈고 닦아야 하겠다.

셋째는 원어 연구의 필요성을 배웠다. 본문 연구의 첫 순서는 항상 성경 원어와 한글 개역 성경을 대조해 가면서 한글 개역 성경에서 번역 상 수정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서 적어도 설교자에게는 한글 개역 성경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저자께서 신약학자이심에도 불구하고 히브리서에 정통하신 것에 놀라면서 나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성경 원어 독해 능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끝으로 교회를 섬기는 신학, 교회를 살리는 신학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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