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평

서평 - 스펄전의 ‘목회론’을 읽고

이창무 2015. 5. 1. 21:57
반응형

서평 - 스펄전의 ‘목회론’을 읽고


목회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 스펄전의 ‘목회론’은?

스펄전(Charles Haddon Spurgeon, 1834-92)은 19세기 가장 위대한 설교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설교의 황태자’라고도 불린다. 스펄전 목사의 여러 설교집을 읽어 보면 깊은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복음에 충실하면서도 쉬운 설교였다. 이런 설교를 전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펄전 목사의 설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 복음의 내용을 시각적 이미지로 전달하는데 있어서 탁월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런 설교를 스펄전의 나이가 불과 17세 밖에 안 되었던 때부터 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9세에 담임 목사가 되었고 23세에는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설교자가 되었다. 그는 설교의 내용이 탁월할 뿐 아니라 매우 목소리가 좋고 우렁차서 직접 들을 때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스펄전은 당시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영향 하에서 복음이 변질되어 가던 영국 교회에 내려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그런데 설교자로서 뛰어난 업적과 명성 때문인지 오히려 목회자로서 스펄전의 모습은 가려진 측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 시대 가장 뛰어난 설교자 중에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파이퍼 목사는 미국 남침례교에 속하는 베들레헴 교회에서 설교 전담 목사로 오래 동안 봉직하다가 얼마 전 사임하였다. 베들레헴 교회에는 목양을 담당하는 목사가 별도로 있었다. 이는 아마도 존 파이퍼 목사가 설교 사역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스펄전 목사는 엄청난 양의 설교를 그것도 모든 설교가 질이 떨어짐이 없이 전하였을 뿐 아니라 목회자로서도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 낸 사람이었다. 그 결실이 담겨진 책이 바로 스펄전의 ‘목회론’이다. 스펄전은 목회자 대학을 설립하여 후배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에 힘을 썼다고 한다. ‘목회론’은 그가 목회자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묶어서 펴낸 책이다. 이때 스펄전의 나이가 겨우 34세 밖에 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는 어리지만 이 때 이미 그는 17년 동안 목회 경력을 쌓은 베테랑의 목회자였다. 그 목회 경력이라는 것이 수십 명의 시골 교회로부터 만 명이 넘는 대형 교회까지를 두루 두루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었다. 스펄전의 설교도 그렇지만 이 목회론 역시 스펄전 다운 생동감 있는 문체로 기록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본 서평에서는 스펄전의 목회론 중에서 설교와 예화에 관한 부분은 다른 과목들에서 다루어 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제외시키고 오직 목회 분야에 집중해서 살펴 보고자 한다.

2. ‘목회론’의 주요 내용은?

가장 첫 번째 부분은 목회자와 소명에 관련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스펄전은 가장 먼저 목회자가 거듭 난 사람인지부터 점검하라고 요구한다. 과연 그리스도인이 아닌 목회자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스펄전이 이 점을 가장 먼저 점검하라고 요구한 것을 보면 당시 영국 교회 내에 거듭나지 못한 목회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신자가 아닌 목회자가 신자들을 목양한다고 하니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듭남은 목회자의 기본 자격에 불과하다. 목회자에게는 일반 성도들에 비해 뛰어난 경건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뛰어난 경건이 없이는 목회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목회자는 영적 전투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자이기에 그러하다. 그만큼 치열한 영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 자리이기에 경건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넘어질 수 밖에 없다. 목회자 자신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목회자는 위선에 빠질 위험성을 늘 안고 있다. 말과 행동이 늘 일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성도들은 시험에 들게 된다.

목회자에게는 위로부터 임하는 소명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목회에 소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스펄전은 첫째로 목회에 대한 강력한 소원이 있는가 둘째로 가르치는 은사가 있는가 셋째로 사역의 열매가 있는가 넷째로 교회의 공적 판단이 있는가 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 중에 하나라도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은 목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스펄전은 목회의 소명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였다.

다음으로 스펄전은 목회자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문제를 파고 든다. 스펄전의 목회론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이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지성과 덕성과 영성을 계발하라고 했다는 점이다. 백석신대원장 류호준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삼성 즉 지성과 덕성과 영성을 갖추라는 말씀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러나 스펄전은 이 삼성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언급하였다. 먼저는 언어 능력을 계발하라는 것이다. 목회의 소명에서 언급했던 가르치는 은사를 더욱 단련시키라는 의미이다. 또한 전도와 선교라는 실천 영역에 힘쓰라는 권면도 더하고 있다.

목회자가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펄전은 독서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그는 책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한다. 또한 책을 선별하여 필독서와 고전 등을 먼저 마스터할 것을 권한다. 아울러서 사변적으로 흘러갈 것을 염려하면서 성경을 먼저 연구하면서 실제 삶의 경험을 통해 배우라고 하였다.

목회자가 성장하는 길은 독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 외에도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잘 하는 목회자가 드물다고 스펄전은 탄식한다. 목회자의 대화법에 대한 스펄전의 권고는 다음과 같다. 목회자인 체하는 태도를 피하라. 어디서나 사교적인 사람이 되라. 쾌활하게 대화하되 대화를 독점하지 마라. 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라. 부자들만 좋아하지 마라. 논쟁은 피하고 담대히 믿음을 선포하라 등이다.

여기서 스펄전은 목회자가 빠지기 쉬운 침체에 대해 언급한다. 스펄전의 인생을 보면 과연 침체에 빠진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쉼표 없이 달려간 인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펄전도 침체를 경험해 보았고 대부분 목회자는 침체에 빠지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목회자가 침체에 빠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특히 그는 목회자의 외로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큰 사역의 전후나 휴식 없는 사역을 주의하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외적인 성공이 보이는 그 순간이 바로 침체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기 쉽다는 말이다. 하지만 도우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침체에 빠졌다고 낙심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스펄전은 목회자는 필히 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기도 없이는 설교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한다. 설교 준비 중에도 설교 중에도 설교 후에도 기도하라고 한다. 또한 기도는 목회 성공의 비결이다. 본 받을 만한 목회자들 중에 기도를 소홀히 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기도는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 영적 충만에 이르는 비결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반드시 일정 시간을 기도를 위해 따로 떼어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스펄전은 목회자와 성령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한다. 목회 사역은 목회자 혼자서 하는 사역이 아니다. 목회 사역은 성령의 임재 여부에 따라 성공 실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먼저 설교 사역에 있어서 말씀을 깨닫게 하시고 적용시키시는 성령의 역사 없이는 설교가 만들어 질 수 없다. 또한 성령의 임재 없이 거룩하여 질 수 없고 항상 기도가 충만한 삶을 이어갈 수도 없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다른 무엇보다도 성령을 소멸케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면 늘 성령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힘써야 한다.

3. ‘목회론’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스펄전의 목회론을 통해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바로 목회자로의 부르심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백석 대학원 한 곳만 하더라도 한 해에 삼백여 명의 목회자 후보자들이 입학을 하고 있다. 이 목회론에서 언급한 기준대로 목회의 부르심에 대해 검증한다면 이 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소명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끊임 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위해 자기 점검을 해 나가야겠다.

또한 목회자로 성장해 가기 위해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이 있지만 스펄전의 언급 중에서 특별히 대화라는 면에서 미흡함을 느끼게 된다. 본래 성격이 수줍음을 잘 타고 내성적인지라 대화의 문을 열기를 힘들어 한다. 이미 친숙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교적이고 쾌활한 대화를 잘 하지 못한다. 이는 목회자로 성장 혹은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나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내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신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으로 빚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내 자신을 내어 맡겨 드리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기도와 성령의 사람이 되라는 스펄전의 권고가 뼈아프게 들려 온다. 백석 신대원은 신대원생들의 영성 계발을 위해 기도와 성령의 사람이 되도록 격려하고 자극하는 일에 깊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결국 내가 기도하고 내가 성령 충만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 동안 과제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점점 더 일정 시간을 떼어 기도하는 일에 소홀히 해 왔던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번 학기 들어 지난 학기에 비해 과제나 시험 횟수가 줄어 부담이 덜해졌지만 여전히 기도에 힘쓰지 못하고 있었다. 기도가 없는 생명력이 죽은 목회자가 되느니 차라리 목회자가 되지 않는 편이 나으리라. 자기도 죽이고 주님의 양떼도 죽이는 삯군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펄전의 목회론을 통해 위대한 목회자 스펄전의 생생한 충고와 가이드를 들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책을 읽으며 아직 너무 갈 길이 멀다는 압박감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는 기쁨도 함께 있었다. 부디 하나님께서 나를 훈련하셔서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으로 빚어주시길 간절히 기도하고 소망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