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목회 현장

한 목회 지망생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이창무 2015. 6. 1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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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회 지망생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글이네요...



결혼하고 따로

하던 부업을 그만두고

10월 11월 기간 동안

오로지 공부만 했다

새벽기도 갔다와서

책상에 앉아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부했다

중간중간에

피곤하면

잠깐 눈붙였다가

다시 앉아서

그렇게 했다

중간중간에

스트레칭도 안하고

잘 되면 그냥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안 일어나고

그 자리에서 쉬면서 했다

아내가

일을 하러 나갈때도

책상에 앉아있는

그 자세이고

갔다가 와서도

그 자세 그대로

책상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었다

참으로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근데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보니까

나라는 사람이

잔인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식의 칼을 갈면서

그 날카로운 끝을

영혼들에게

마구 갖다 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왜 새벽에 나와서 열렬하게 기도하지 않습니까

왜 큐티하지 않죠

왜 말씀을 공부하기 위해서 열심이지 않습니까

왜 들은 말씀대로 살아가지 않습니까

왜 죄를 짓죠

나는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듯한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답답함을 느꼈다

책상에 앉아서 말이다

그리고

설교할때나

양육할때에

무의식적으로

그 날카로운 교리의 포크 끝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쿡쿡 찍어되곤 하였다

왜 못하는 걸까

아니

왜 안하는 걸까

책상에 앉아서

늘 그것만 생각하고

어떻게 찍을까를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지난주 부터 나는

집에서

자전거 타고 10분거리에 있는

대신화물이라는

택배 회사에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오전 7시반에서 11시반까지

일을 한다

딱 4시간만 빡세게

일하면 되니까

공부를 하면서도

병행할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하게 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5시에 일어나서

5시반에 새벽기도에 가서

설교듣고

6시에서 6시50분까지

기도하고

7시20분까지 큐티하고

일터에 나가서

예배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일은 힘들지만

마음은 하늘이 주신 평강으로

가득하고 기쁘다

라고

말할수 있을줄 알았다

일 시작하고 나서부터

새벽기도를

나가기가

너무나 힘들어졌다

공부만 할때에

내가 새벽기도에 나갔다가

안잘수 있었던 것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잘수 있는 환경이 열려있었고

공부하는데에는

그렇게 큰 육체적인 에너지가

소모까지는 안되니까

전혀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새벽기도를 갔다가

바로 일을 하러 가면

그 어마어마한 육체적인 에너지가

소모가 되는 가운데

내가 잘수 없다는

실제적인 피곤보다 더 무서운

상상속의 피곤이

대단한 부담으로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났을때

바로 수면기도모드로 전환하고

이불골방에서 기도했다

또한

일을 하면서도

예배할수 있지

일 하러 가는게 아니라

예배드리러 가는거야 !

라고 생각했거니만

3.5톤 트럭에

가득찬

택배들을 보며

주님 오늘도

이 자리 가운데

저와 함께 해주실거죠 ?

라고 물어보면

주님은 웃으실뿐

말이 없으신것 같았다

무거운 40kg 쌀자루를

나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이

은혜의 주님 예수님은

어디로 가셨단 말인가 ????

지난주에는

절인 배추 15박스 (하나당 20kg)를

두박스씩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5층까지

걸어서 배달했고

오늘은

40키로 짜리

쌀 5포대를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4층까지

걸어서 배달했다

삶의 예배가 웬말인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을때

다 못박았다고 생각한

옛사람의 쌍시옷의 옷을 입은 언어들이

샘솟듯 터져나올뻔했다

쌀드 리프트

배추 프레스

베어링 컬

계단 런지

배달 핏

헬스장에서 만든

보여주기 근육이 아니라

실전용 근육인

소위 말하는

노가다 벌크와

노가다 데피로 말미암아서

영은 말라가고 있는데

육은 점점 근육질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

내년 2월쯤에

나의 별명이

어깨깡패

등신

이렇게 되진 않을까

전망해본다

아 ...

책상에서

상상했던

그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

.

.

.

.

목회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영적인 부르주아

라고 말할수 있다

진실되고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서

주어진

책상에서의

경건한 의무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면

일반 성도들 보다

영적으로

풍성함들을

누릴수 있다

근데

책상에만 앉아서

영적인 부르주아 꼴을 하고 있으면

다소 잔인해진다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서

심각한 이해 결핍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진실되고

정직하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성도들이어도

연약함들이 있기 마련이고

속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 모든 것이

획일화된

날카로운 교리의 칼을

갖다대고

고기썰듯이

썬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식의

설교나 가르침은

오히려

그 사람들의 마음에

스크레치를 낸다

진실되고

정직하게

전하는 것은 잊지 말되

그럴수 밖에 없는

연약함을 깊이 끌어안고

스스로 안에도 그러한

연약함이 있음을

함께 나누며

선포해야 한다

그럴때

날카롭지만 차가운

가르침보다는

조금 무디더라도

뜨겁게 달구어진

그 가르침은

더 빨리

마음에 구멍을 뚫을수 있는 법이다

요즘

뭐 설교가 현실적이어야지

사람들이 듣는다고 하면서

한껏 시대정신의 흐름에

합류한 설교들을

현실적인 메세지라 하는데

나는

목회자가

이러한 성도들의

현실에서의 그 속사정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

깊이 함께 느끼면서

많은 눈물을 머금고

외치는 모든 설교가

바로 진정한

현실적인 설교

라고 생각한다

.

.

.

결혼을 하기 전에

여의도에 있는 사우나에서 일을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도 계속했다

새벽근무를 나갈때에는

5시반까지 출근했어야 했는데

그러러면 집에서 3시50분에 일어나서

4시 첫차를 타야지

간신히 늦지 않고 갈수 있었다

근데

그 첫차에는

항상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내가 곤히 자고 있던 시간에

그렇게 많은 성도님들은

깨어서 현실속에서

발버둥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건 책상에만 앉아서 공부해서는

절대로 알수 없는 영역이었다

오후 근무를 나가면

낮 12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다

일을 하면서

욕도 많이 먹어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몸이 지친 날에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맨정신으로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감당할수 없는 무게 속에서

기도의 가락도 잘 잡히지 않았다

아니

기도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이런 상태로

집에 가서 아내를 만나야 한다는게

정말 싫었다

직장인들의

삶의 무게가

어느정도가 되는지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그들이

집에 안들어가고

술을 마시는지에 대해서

정죄가 아닌

깊은 연민이 들었다

술 마시는게 죄다

라는 어줍잖은

단죄보다

그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버틸수 없는

그 사람들의

영혼의 곤고함들이

바로 앞에서 어른 거려서

많이 울었다

성경을 많이 보고 싶었다

두꺼운 책들을 읽고 싶었다

글도 쓰고 싶었고

마음껏 기도하고 싶었다

그러러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그러면 도저히 재정적인 형편이

감당이 안되었다

어쩔수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성도님들의

마음 속에 있는 갈급함이 느껴졌다

성경을

보고 싶은데 볼수 없는

알고 싶은데 잘 모르겠는

기도하고 싶은데

기도가 잘 터지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건 아닌데

사랑할 힘조차도

현실속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점점 빠져나가는

그런 것들

악함

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약함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름성경학교와

교회에서 가는

단기선교가 연속으로 겹쳐서

말도 안되는 식으로

근무를 조정하니까

팀장의 호출로 불려갔다

팀장이

근무표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씨X 장난하나 ...

정주씨는 일하러 온거야 놀러온거야

그럴꺼면 일 그만 두고 교회에서 살지

뭐하는거야

아 진짜 존X 짜증나게 하네

거기 서 있지 말고 나가요

얼굴이 빨개져서

그 길로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

욕을 먹어서

눈물이 나기보다

깨닫게 된 것은

나야 뭐 전도사이고

신학생이었으니까

직장다니면서

수련회나

여름성경학교나

선교나 가보지 않고

늘 갈수 있어서 몰랐는데

평신도로 헌신하시는

그 분들중

어떤 분들은

이런식으로

욕을 먹어가면서

참여하신 거구나

믿음이 없어서

수련회를

선교를

여름성경학교를

못 온게 아니었구나

쉬운게 아니었구나

근데

나는

쉽게 생각했구나

그것도 못하냐고

그정도 순종할 믿음도 없냐고 ...

많이 많이 울었다

책상에서만 앉아서

공부했다면

알수 없었던 치명적 배움이었다

이런

훈련의 시간속에서

반년 조금 넘게

성경도 많이 못 보고

두꺼운 책도 읽지 못하고

기도도 많이 못했다

책상에 두시간이상

앉아있었던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때 이후로

설교가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신학적인 묵직함이야

여전히 부족하지만

성도들의 삶의 그 속사정들을 품은

눈물을 머금어서 그런지

그것을 보완할수 있는

다른 묵직함들이

설교에 살아있음을 부여해주었다

부족하나마

성도님들의

삶의 아픔들을

공감하며

현실적

인 설교를 할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다시금

일을 하면서

책상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배움의 길이 아니고

일을 하는 것 또한

배움의 길이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비와 긍휼로

갈지 않은

교리의 칼날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양민학살을 자행한다

잔인한 설교자가 아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절대사수하면서

계속 공부해나가겠지만

할수만 있다면

허락된 시간 속에서

이렇게

틈틈히

일을 하고 싶다

그래야

사람이

신앙이란 이름으로

신학함이란 행동으로

잔인해지지 않는다

글을 쓸때에는

창조주가 된듯

자아가 팽창되기 쉽고

말씀에 붙잡혀서

열렬하게 쏟아내는

파토스

이면에는

자아성취와 자기증명

이라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고

하나둘씩

신학적인 지식들이

쌓이다보면

신학적 허세에

영적 후까시가 생기곤 한다

큐티해도

기도해도

쉽게 이런 은밀한 죄들은

털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40kg 짜리 쌀포대

5개만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로

등에 지고 왔다갔다 나르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숭고하게 이별하듯

뜨겁게 소멸된다

막내야

커피 한잔만

이라는

같이 일하는 형님들의

구수한 음성이

성경책 읽을때보다

존재

본연의 위치를

정확히 꼬집어 낸다

위대한

신앙 위인보다

사람이 되고 싶다

탁월한

종교전문가

목회꾼

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과정들로 말미암아서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

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꺼다

그.댈

먼저

제일 먼저

안아줄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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