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및 나눔/단상

예수님은 사랑하지만 교회는 사랑하지 않는다?

이창무 2015. 5. 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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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수님은 사랑하지만 교회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로 신앙 공동체에서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모순된 말입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분의 몸된 교회를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만큼 교회를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앙 공동체인 교회가 그리 사랑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동체 안에는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개인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개인 차원을 떠나서 공동체 전체가 잘못된 관행이나 전통에 매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동체를 부정하거나 더 나은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신데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공동체가 이 모양인가?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저도 오랫 동안 그런 의문과 갈등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기도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왜 이런 일들을 겪게 하셨을까? 분명히 그 목적이 공동체를 부정하거나 떠나도록 하시기 위함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신앙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주님이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실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공동체로 빚어가시는 일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하기 원하셔서 이런 일을 겪도록 하시는 것이 아닐까?"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남들보다 나쁜 냄새를 먼저 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불쾌한 감정을 느끼기 전에 먼저 그 냄새의 원인을 찾아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에서 어떤 문제점을 느꼈다면 그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네가 먼저 움직여서 그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혹은 고쳐질 수 있도록 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문제에 대해서 내가 가진 힘은 너무나 미약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계속 중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작은 변화와 실천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나에게 해결하라고 책임을 지우시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라고 하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해결자인양 급한 마음에 나서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해결자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해결하시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동역자로 부르고 계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한 것은 나의 성숙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난 것입니다. 이 문제를 씨름하다보면서 드라마틱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맛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가 결국 나의 문제 , 내 안에 있는 죄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은 주님은 나 한 사람의 회개를 먼저 요구하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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